서울 용산
글로 밥벌이를 하는 건 참으로 힘들다.
유명한 몇몇 소설가, 몇몇 시인,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지만
큰 돈을 손에 쥘 확률로 보면 주식이나 코인이 나을 수 있고, 로또 1등 확률이 더 높을지 모른다.
기자로 20년 이상 월급을 타먹으며 피부로 느낀 게 그렇다.
기자가 식사값을 내는 건 '자식 가르치는 선생님 밖에 없다'는 과장된 농담을 뒤로 하고,
청년 기자 시절 박봉에 글쟁이들 밥을 사주며 어울렸던 경험으로 봐도 그렇다.
또, 거장은 큰 출판사에 전속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신진작가를 발굴했다 손해를 보곤, 고개를 숙이던 작은 출판사 사장님들의 한숨으로 봐도 그렇다.
'돈 내고 글 읽으라'는 브런치 맴버십이 신기했던 이유다.
온라인으로 공짜 콘텐츠가 난무한데 배포가 남다르다.
언론도 내일 아침자 신문이나 오늘 9시 뉴스보다 먼저 온라인에 무료로 기사를 공급하는데,
쇼츠, 웹툰, 뮤직비디오 등 글보다 뇌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들이 무료 배포되는데 말이다.
반대로 그래서 돈을 내고 글을 읽으라는 도전을 응원한다.
내가 브런치맴버십에 가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허나 글을 한 건도 유료로 올리지 못했다.
내 글은 누군가의 돈을 받을만한 정보를 담았나.
돈으로 환산 가능한 재미를 담았나.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랄 정도로 독창적인가.
20년간 기사나 칼럼을 쓰며 아마도 모든 글에 최소 스무번 이상은 퇴고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찾지 못한 사족과 비문, 쓸데없는 동어반복에 얼굴을 붉히곤 했다.
일례로 동체착륙을 하려던 비행기가 1000m 상공에서 기름을 모두 버린 사건을 쓰다가
1000km라고 잘못 써서 '기름을 우주에서 버렸냐'는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았다.
돈 없다고 막걸리 한잔 사달라던 왜소한 글쟁이의 날려 쓴 습작을 우연히 읽곤
대체 내 재능은 왜 미천한가를 속으로 소리치던 날도 적지 않았다.
자주 타인의 돈은 커녕 시간을 소모할만큼 내 글이 가치 있나를 끝없이 되뇐다.
곧 망한다 망한다 하면서 돈 안되는 책만 골라내는 출판사 사장님을 보면서
굳이 어려운 학술책만 골라내는 작은 책공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를 보면서
돈이 이런 보이지 않는 소중한 노고에 깃들지 못함에 씁쓸했다.
브런치스토리의 '돈 내고 글 읽기' 도전이
좋은 질의 글을 늘리는 수단이자 좋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의 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