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원물오름
원물오름 명칭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오름 남쪽 기슭에 '원물'이라고 부르는 샘이 있는데, 조선시대 대정고을 원님이 제주목을 다녀오다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었다고 해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고려시대 원(元) 나라에서 이곳에 목장을 설치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세 번째는 대정에서 제주목으로 가는 길에 쉬어갈 수 있는 원(院)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현재는 오름 전체가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원물은 말먹이용 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원물오름 주변에는 당오름, 정물오름, 금악오름 등 제주도 동남쪽의 유명오름들이 산재해 있고, 서쪽에는 한라산, 남쪽으로는 산방산, 송악산 등을 조망할 수 있어 뷰가 아주 좋다.
원물오름은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유지라서 산책로 입구에 주의를 요한다는 푯말이 붙어있다. 제주 오름 중 다수는 사유지이며, 일부 탐방객들이 종종 탐방로를 훼손하거나, 말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어 출입을 금한다는 푯말을 걸어두곤 한다. 그렇지만 목장 내 산책로를 따라 주의 깊게 걷는다면 목장주들이 항의하거나 나가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원물오름 입구에는 승용차 30~4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자그마한 연못과 아담한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연못 중간까지 나무 데크가 놓여 있으며,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5m 정도 지나면 목장으로 들어가는 탐방로가 있고, 우측에는 충혼비가 있다.
오름 산책로는 완만한 오르막 길이라 올라가기 수월하다. 탐방로는 풀밭 길인데 두 사람 정도 걸을 수 있다. 오름 정상에서는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10여 마리 말들이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높은 오름들이 병풍을 쳐주고, 연 초록색의 풀밭,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 그곳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보면, 달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럽 알프스산의 아름다운 목장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