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족은대비악
족은대비악은 작은 대비악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근에 큰 대비악은 없다. 탐라도서라는 책에 '대비라는 선녀가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라는 기록에 따라 지금도 대비악이라고 불린단다.
족은대비악은 사유지이고, 말목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리고 오름 둘레로 커다란 삼나무가 식재되어 있어서 입구를 찾는 것도 어렵다. 내비게이션으로 위치를 설정한 후 두 번이나 찾아 나섰는데도 입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오름입구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커다란 삼나무 울타리 사이에 있다. 물론 푯말은 없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오솔길이 보인다. 목장 안의 말을 보호하려는 용도로 철조망 울타리가 있지만, 어른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크게 뚫려있다. 올라가는 길은 한 사람이 겨우 다닐만한 오솔길이다. 흙길이고, 풀이 크게 자라 봄이나 가을에는 길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드넓은 초지이다. 물론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당연하겠지만, 오름도 높지 않아서 이곳 정상까지 목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 인근에 있어서인지 분화구는 현무암으로 둘러싼 묘지가 있다. 무섭거나 꺼려지지 않고 오히려 정겹다.
오름 능선에서는 방목하는 말들이 풀을 뜯는다. 한쪽 능선에는 다섯 마리가, 다른 능선에는 네 마리가 무리 지어 있다.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말들이 한 줄로 늘어서 풀을 뜯는 것을 보니, 부모 말, 형제말, 동생말이 듯 싶다. 화목해 보인다.
오름이 사유지인 경우에도 소유자들 대부분이 오름을 올라가는 것에 대해 인색하지는 않다. 목장으로 활용되는 경우라도 말이나 소를 놀라게 하지 않고, 휴지나 음식물을 버리는 등 목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 오름에 올라가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한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름 정상은 사면이 모두 트여 주변풍경이 멋지다.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송악산이 보인다. 맑은 날에는 형제바위,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산방산은 마라톤선수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 후 받은 그리스시대 청동투구와 비슷해 보인다.
북서쪽에는 정물오름, 당오름 등 인근 유명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넓은 평지 위에 우뚝 솟아있는 당오름과 정물오름이 두드러져 보인다. 오름 자체도 멋있고, 주위 풍경과 어우러져 더 멋있게 보인다.
서쪽에는 원물오름,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오름 분화구 내부가 모두 드러나 보인다. 한쪽면이 오랜 세월 풍화 등으로 깎여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