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 일컬어지는 오름

01. 영주산

by Happy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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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오름 등 다른 이름 없이 '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5개밖에 없다. 한라산, 산방산, 영주산, 청산(성산일출봉), 두럭산(더럭산)이다. 이중 다소 낯선 이름의 두럭산은 육지에 없고, 바닷속에 있는 산이다.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에 있으며, 썰물 때 그 흔적인 찾을 수 있다. 그나마 잘 보이는 때는 음력 3월경 1년에 단 한 번 뿐이라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영주산은 제주 동남쪽인 표선면에 자리 잡고 있는 오름이다. 오래전 신선이 살았다는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단다. 외지인들에게는 '천국의 계단'이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는 '오름 능선에 아침 안개가 끼면 비가 내린다'라는 날씨 예보 역할을 해주는 오름이기도 하다.

20210501_151129.jpg 주) 모구리오름에서 바라본 영주산 앞쪽
20211002_113328.jpg 주) 성불오름에서 바라본 영주산 뒤쪽


영주산에는 3개의 둘레길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제1코스는 오름 분화구 둘레를 돌아 내려오는 '영주산 정상길'이고, 제2코스는 오름 아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영주산 둘레길'이며, 제3코스는 오름 주변에 조성된 '성읍저수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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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산 정상길을 선택했다면 오름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출발하여 확 트인 주변 풍경을 감상한 후, 천국의 계단을 거쳐 오름정상에 도착한 다음 왼쪽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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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입구에 들어서면 드넓은 풀밭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 오름 내에서 소를 방목하고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능선까지 약 200m 구간은 목초지이다. 봄에 이곳을 찾으면 드넓게 펼쳐진 연초록 색깔의 풀밭과 그 사이사이에 샛노랗게 핀 민들레꽃밭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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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이 군집을 이루고 목초지는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잠시 등에 짊어진 배낭을 벗어 놓고 앉아본다. 온 세상이 꽃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때마침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온다. 주변 민들레 꽃들이 일제히 춤을 준다. 한참을 머물러도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민들레꽃의 꽃말처럼 행복과 감사함으로 넘친다. 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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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겨울철 말린 풀을 저장해 두는 창고가 언덕 위로 빼꼼히 드러난다. 뭉특한 시멘트 구조물인데 왠지 모르게 이곳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창고 외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Daisy(데이지꽃)'라는 그라피티(grafitti, 거리 담벼락 그림) 낙서가 멋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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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온 오름입구 방면을 내려다보면 멋진 풍경에 눈까지 즐거워진다.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동동동 떠다닌다. 멀리 제주 푸른 바닷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풍력발전기의 커다란 날개를 밀어 움직인다. 더없이 평화롭다. 무념무상에 앉아 있기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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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과 여운을 남겨둔 채 능선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떼어 본다. 드넓은 목초지가 끝나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산책기로 들어선다. 드디어 천국의 계단을 만나게 된다. 아래에서 계단길을 올려다보면, 마치 게단길 끝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계단길을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이어진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20210717_070359.jpg 주) 영주산 천국의 계단


천국의 계단을 지나면, 정말 천국에 온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이곳 영주산을 다녀간 수많은 산악회들의 리본이 매달려 있는 설치물이 눈에 띈다. 우리도 '이 멋진 곳을 다녀갔노라!', '멋진 풍경 잘 보고 갑니다!' 등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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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아래는 제주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성읍저수지이다. 제주도는 겉면이나 땅속이 대부분 현무암이라서 물을 저장하기 힘든 구조이다. 그래서 저수지 바닥을 깊게 판 후 시멘트와 방수포를 덮고 그 위에 물을 가두어 저수지를 조성한다. 인공으로 조성한 저수지와 그 주변의 오름들 그리고 웅장한 한라산이 만들어 내는 경치가 조화를 이룬다.

20210501_142014.jpg 주)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성읍저수지
20210501_142005.jpg 주)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및 주변 오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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