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단산
단산은 제주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안덕면 사계리 마을에 있는 오름이다. 오름은 세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중앙은 박쥐 머리, 좌우는 박쥐 날개를 닮았다. 그래서 거대한 박쥐가 날개를 편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바굼지 오름(단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참고로 이곳 군산오름과 산방산, 송악산 주변은 제주도에서도 바람의 세기가 강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 정도의 세기란다. 그래서 주변이 밭인 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가끔 흙과 모래가 섞인 강한 바람이 차장에 부딪쳐 당황을 하곤 한다.
단산은 큰길(일주서로, 단산로) 바로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드넓은 평지 가운데 우뚝 솟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다만, 등산로가 경사가 심한 계단길과 바윗길이므로 산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름 정상을 올라갈지 여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보야야 한다.
일주서로에서 단산로를 따라 들어가면 오름 입간판이 설치된 곳 바로 옆에 승용차 1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오름 주차장이라는 별도의 표시는 해두지 않았으나, 몇 대의 승용차가 주차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주차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름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기존 오름 탐방로는 사유지를 지날 뿐만 아니라 시설이 오래되어 폐쇄합니다. 오름을 오르려면 단산사 뒤편으로 가십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200m 정도 가다 보면, 단사사라는 절 입구가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오름으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보인다.
이 코스는 오름입구부터 험난하다. 급경사에다가 바윗길을 올라가야 한다. 산책로 좌우도 급경사라서 아주 조심조심 올라가야 한다. 급경사길에는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중간중간 굵은 밧줄을 기다랗게 매어놓았다.
오름 정상까지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많다. 때론 바위를 거슬러 오른다. 때론 자그마한 대나무인 신호대가 만들어낸 동굴길을 만난다. 어떤 때는 어른 키높이(160~170cm)로 웃자란 풀숲을 지난다. 게다가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커다란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길도 있다.
'이렇게 험한 길을 왜 올라왔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오름 정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주위 풍경을 바라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감상하게 되다니, 정말 잘 올라왔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기 까기 올라오면서 힘들었다는 생각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가장 먼저, 산책로 정면에 웅장한 산방산이 드러난다. 한편으론 커다란 투구 같고, 어떻게 보면 땅 위에서 조금씩 조끔씩 움직이는 달팽이 같아 보이고, 어찌 보면 커다란 머리를 가진 돌고래 같기도 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이 떠오를 만한 풍경이다.
오름 좌측에는 드넓은 평지 위에 자그맣게 보이는 산이 놓여있다. 모슬봉이다. 인근 포구에는 모래가 많아 모슬개라고 불렀는데, 모슬봉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했단다. 현무암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검붉은 제주밭, 그 밭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제주 전통집이 모슬봉과 잘 조화를 이룬다.
뒤쪽으로는 송악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가파도, 마라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송악산 둘레가 3.1km나 되는데도 이곳에서는 손바닥 만한다.
멋진 주변풍경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오름을 내려갈 채비를 한다. 올라왔는 길을 되돌아가기보다는 급경사인 계단길을 택했다. 위에서 바라보니 아찔하다. 70~80도 정도 되는 급경사이고, 나무계단이 낡았으며, 양옆으로 설치된 기둥에는 밧줄도 없다.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려온다. 때론 나무계단이 삐거덕거린다.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200m 이상을 내려온 것 같다. 드디어 오름 아래 산책로가 보인다. 안심이 된다. 이곳부터는 숲길로 된 둘레길이다. 평탄하여 걷기에 편하다. 오름출구에 다다르니 안내판에 '이 코스는 폐쇄되었습니다'라는 글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