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거슨새미오름
거슨새미에서 거슨은 거꾸로, 새미는 샘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름 명칭을 해석해 보면 '오름 내부에 거꾸로 흐르는 샘이 있다'라는 것이 된다. 제주도는 대부분 화산폭발로 생긴 현무암지대라서 비나 눈이 내리면 지하로 스며든다. 이렇게 스며든 지하수 일부가 용천수(솟아오르는 물)가 되어 육지로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이 물은 대부분 바다로 향한다. 그런데 이곳 용천수는 특이하게도 바닷가와 반대 방향인 한라산 쪽으로 흐른다. 그래서 거슨새미라고 불린다.
거슨새미오름은 제주도 동쪽 한라산 중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오름 주변에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백약이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용눈이오름 등 이름만 들어보아도 익히 알 수 있을 법한 유명오름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이곳을 포함 주변 오름 한두 곳을 함께 산책해 보는 것도 좋다. 오름 바로 옆에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비밀의 숲'이 있다. 비밀의 숲에는 멋진 사진을 닮을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곳도 함께 둘러보면 멋진 추억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거슨새미오름 생태체험관에 주차한 후 오름 정상을 거쳐 비밀의 숲이 있는 북쪽 산책로로 내려오면 좋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을 둘러볼 수 있고, 비밀의 숲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밀의 숲은 휴일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주변 도로에서 주차전쟁이 벌어지므로 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름 아래 평지는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드넓은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말을 만날 수 있다. 말 두 마리가 때론 다정히 풀을 뜯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평화로워 보인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마리 말이 등을 돌린다. 신선한 풀이 더 많은 곳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옆에서 풀을 뜯던 말은 아랑곳 않고 제자리에서 머물러 있는다.
내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두 마리 말이 다투었나 보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 마리 말은 호기심이 많아서 자주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기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