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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맑은 물이 샘솟던 오름

02. 물메오름(수산봉)

by Happy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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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정상에 연기나 횃불을 이용하여 급한 소식을 한양으로 전달했던 봉수대가 있어 수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분화구에 작은 연못이 있어 물메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제주도는 대부분 화산이 폭발하여 흘러내린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많은 양의 비나 눈이 내리더라도 바로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연못이나 호수, 저수지가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곳 수산봉 옆에는 제주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쌀이 부족했던 1960년대 논농사 확장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20210912_111444.jpg 주) 수산봉 전경


수산봉과 저수지 사이에는 나이가 500년 이상 되는 곰솔(소나무의 일종, 해송)이 있다. 나무 높이가 10m나 되고, 둘레도 4m가 넘는다. 규모도 크지만, 나뭇가지가 부채꼴 형태로 비스듬히 뻗어있어 모양도 멋지다.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단다.

20210912_104252.jpg 주) 수산봉과 수산저수지 사이에 있는 곰솔나무
20210912_104446.jpg 주) 수산봉과 수산저수지 사이에 있는 곰솔나무


저수지 둘레길을 걷다 보면 저수지 내에서는 나란히 줄을 지어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풀들도 만날 수 있다. '넓고 넓은 태평양 한가운데 자그마한 무인도가 폭풍우로 물에 잠기자 그곳에서 자라고 있던 나무들이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특이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해서 사진으로 한컷 남겨도 본다.

20210912_111632.jpg 주) 수산저수지 내에서 자라는 풀


현재(2021년 기준)는 수산저수지를 절반정도 돌아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 주변에 건설중장비들이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나머지 반도 산책로로 조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10912_111012.jpg 주) 수산저수지 주변의 펜션들


수산봉은 제주올레 제16코스(고내포구~광령1리 사무소, 15.7km)이기도 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정상까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정상은 오름 중턱에 자리 잡은 대원정사 뒷길로 올라갈 수 있고, 올레길 16코스를 따라갈 수도 있다. 대원정사 뒷길은 승용차 1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이라 걷기 편하다. 올레길은 가파른 나무 계단이므로 올라가는데 다소 힘겨울 수 있다.


수산봉 하단과 곰솔 사이 공터에는 커다란 나무에 기다랗게 매달아 놓은 그네가 있다. 남원 광한루에서 춘향이가 탔다던 그네 크기와 유사하다. 수산저수지와 곰솔 및 주변 풍경을 보면서 그네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20210912_110738.jpg 주) 수산봉 산책로에서 바라본 저수지와 펜션


수산봉은 접근성이 좋고, 주변풍경도 멋있으며,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들도 많다. 그래서 혼자 걸어도 안전하기 때문인지 산책로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분들이나 모녀로 보이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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