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밧세미오름
밧세미오름과 안세미오름 사이에 조리세미(샘물)이 있는데 샘 바깥쪽에 있다고 해서 밧세미오름이라고 불린다. 안세미오름과 밧세미오름을 합쳐서 형제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안세미오름과 바로 붙어있다. 조리세미에서 출발하여 안세미오름 정상을 다녀온 후 반대쪽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안세미오름 둘레길과 만나는 곳에 밧세미오름 탐방로 입구가 있다. 또 하나의 코스는 안세미오름 하단으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가는 방법이 있다. 이 길은 내 승용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이다. 인근 밭에서 밭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가 다니는 길로도 활용되고 있다.
밧세미오름 입구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나무계단과 야자매트로 깔끔하게 조성된 여느 오름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오고 간 흔적으로 자연스레 흙길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다만, 이 오름도 삼나무가 잘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므로 고요함을 느끼면서 숲 향기를 즐기기에는 좋다. 가끔 숲 속으로 흘러 들어온 바람이 이마에 송골송골 매친 땀방울을 씻어내려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탐방로 입구에서 200~300m 정도 올라가면 능선길이 나온다. 길 양옆에는 크고 작은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만한 오솔길인 데다가 커다랗게 자란 풀로 뒤덮여 있어 이를 헤치고 걸어야 한다. 다만, 이곳부터는 나무들 사이로 주변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름 정상에서는 노형동, 연동 등 신시가지와 삼양동, 건입동, 아라동 등 원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라봉, 도두봉 등 제주시내의 유명오름들도 차례로 나타난다. 평소 자주 찾던 곳을 이곳에서 바라보니 색다르게 다가온다.
뒤쪽으로는 한라산 풍경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둥 떠있고, 그 아래에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한라산 전경이 더없이 멋지다.
오름 아래 농로길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풍경도 멋지다. 새록새록 자라고 있는 밭작물, 그 주위를 둘러싼 밭담, 분홍색 지붕을 가진 집 그리고 한라산이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