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11일 차

호주 국립 해양 박물관에 가다

by 홍유경

오늘도 시드니에는 하루 종일 비 소식이 있다.

비 오는 날에는 실내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가려고 미리 리스트를 작성해 두었는데,

그 중에서 아껴두었던 호주 국립 해양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비바람에 우산을 꼭 부여잡은 둘째아이와 가까스로 도착한 페리 정거장

호주 국립 해양박물관은 숙소에서 가까운 Barangaroo warf에서 페리를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된다.

날씨가 맑았다면 아이들이 Barangaroo warf까지 킥보드를 타고 신나게 달렸을 텐데,

오늘은 양손으로 우산을 꼭 쥐고 비를 맞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걸어갔다.

여행객인 우리들은 몸 하나 쏙 들어갈 정도의 경량 우산을 가지고 왔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자꾸만 뒤집히려는 우산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배와 잠수함을 구경하는 아이들

호주 국립 해양박물관은 건물 내부의 전시뿐만 아니라,

항구에 정박된 다섯 척의 배와 잠수함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박물관 하버데크에 위치한 카페

비가 오는 탓에 날씨가 쌀쌀했고 바닥도 미끄러워 금방 지친 우리는 잠시 선박 구경을 쉬기로 했다.

박물관의 하버 데크에는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만들기 키트와 놀이공간도 있었으나,

우리가 시드니에 머물던 시기에는 일요일에만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옆 카페에서 잠시 앉아 쉬며,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일요일에 다시 오기로 했다.


각자가 좋아하는 햄버거와 피쉬앤칩스를 주문한 아이들

점심은 박물관 근처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Pyrmont Bridge Hotel에서

가성비 좋은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각자 원하는 키즈메뉴를 주문했다.

호주에서는 어떤 레스토랑에서든 약 10달러 정도의 키즈 메뉴를 제공하는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 음식을 주문했다.


모스부호로 자신의 이름을 남겨보는 큰 아이와 박물관의 방명록에 그림을 그린 작은 아이

점심 식사 후, 큰 아이는 아빠와 함께 마저 구경하지 못한 선박을 구경하러 가고,

다리가 아픈 둘째 아이와 나는 박물관 내부에서 앉을 만한 자리를 찾아 쉬기로 했다.

큰 아이는 이곳에서 모스부호를 처음 접하고 매우 신기해하며 자신의 이름을 모스부호로 적어보기도 했다.

둘째 아이는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방명록에 한참을 끼적이더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곳에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봉봉의 맛에 홀딱 반해버린 둘째 아이

다행히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더니, 오후에는 완전히 그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시드니의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러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에 들리기로 했다.

마틴 플레이스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한인마트에서 귀한 한국 간식과 음료를 샀다.

호주에서는 한국의 모든 것이 귀하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사주지 않았는데,

엄마 몰래 아빠가 사준 한국 음료 봉봉을 처음 먹어본 아이들은 그 맛에 홀딱 반해버렸다.


태어나서 본 트리 중에 제일컸던 마틴 플레이스의 크리스마스 트리

마틴 플레이스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카메라에 담기 어려울 정도 굉장히 컸다.

따뜻한 남반구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뭔가 어색할 것 같았는데,

이보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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