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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덮어두기만이 최선이었다!

by 감성부산댁

고등학교 성적이 인생을 좌우한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꼭 공부를 잘하지 않더라도 많은 길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학업 스트레스, 성적에 대한 압박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공부는 학생의 전부이며 성적은 자기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나는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를 망쳤었다.

이를 만회하는 방법은 첫 중간고사를 잘 치는 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뿐, 중간고사는 그래도 중학교 때 잘했던 기억이 있기에 지금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이는 부모님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동의했다.


그러나 그만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충격적인 성적표에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성적표였다.

반에서 평균보다도 못한 등수!

낙제점이라고 불릴 만한 점수!

남의 이야기로만 듣던 처참한 성적표를 나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대학의 간판을 바꿀 수 있는 절대적인 지표였다.

내신 성적이 조금이라도 추락하면 마치 내 인생이 끝나는 것과 같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한 번 떨어진 내신 성적은 끌어올리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은 나의 아버지이시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든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성적표를 들고 간다면 얼마나 많은 압박과 꾸지람에 시달려야 하겠는가!

나와 동년배의 사촌과의 비교를 하면서 얼마나 많이 나를 깎아내리시겠는가!

그 높던 기대와 희망은 산산이 내려앉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안 좋은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당시 아버지는 누구보다 잘 나가던 고등학교 교사셨다.

수많은 제자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켰고, 어느 교사보다 공부를 잘 가르치신다는 명성을 얻고 계셨다.

심지어 모의고사 문제 집필위원으로 선발되기까지 하셨으니 이보다 더 뛰어난 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고 했던가!

정작 자기 아들의 공부는 케어하지 못했다.

아니, 알지 못했다.

내가 성적표를 가지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데 더 압박과 꾸지람을 받느니 차라리 보여주지 말자!'

'이런 성적표는 안 보여드리는 것이 두 분의 신상에 좋을 것이야!'

'기말고사를 잘 치면 돼!'


그렇다면 과연 기말고사는 잘 쳤을까?

아니, 더 못 쳤으면 못 쳤지, 만회하지 못했다.

물론 성적표는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어느 날, 부모님이 내게 물으셨다.

'성적표는 안 보여주니?'


감춰야만 했던 나의 어두운 그림자!

그 그림자에 빛을 대는 순간 나는 마치 옷이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의 허물이 모두 드러날 거 같은 창피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죄송함!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던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어느 모르는 아파트로 갔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끝을 보려고 했다.

물론, 그럴 용기도 없었기에 다시 1층으로 내려왔지만...


이제, 혼날 일만 남았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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