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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원하는 건 하나, 침묵!

by 감성부산댁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지었던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였는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은 각자의 상황마다 달랐을 것이다.

누군가는 20대, 혹은 30대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가장 먼저 나의 앞길을 결정하는 시기는 중고생, 그중에서도 고등학교로 들어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학업에 가장 박차르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학급마다 쓴 급훈이 공부량과 내 미래를 연관지은 문구들이 있겠는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성적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다.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시기에 급격한 성적 하락을 겪는다는 점이다.

중학교 때 아무리 성적이 좋았음에도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보다 훨씬 많은 공부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고 기는 아이들이 모두 모였기에 경쟁은 중학교보다 치열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한 학생 중 한 명이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고등학교 생활, 나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업을 이어갔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 학원도 다니면서 고등학생으로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평화로웠던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만다.


처음으로 쳤던 모의고사,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내 기대에 한참 모자랐던 성적표, 생전 처음으로 받아 본 등수!

아무리 성적 하락이 온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곤두박질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성적표를 보여드리는 순간 닥쳐올 참혹한 분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

'이를 본 아버지의 실망감과 분노를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성적표를 보여줘야 하나, 감춰야 하나 라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어차피 들킬 거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제대로 꾸중을 들은 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이대로 보여줬다가는 다시는 만회를 하지 못하고 계속 잔소리와 질책에 시달릴 테니 감추자는 다른 마음이!


그때 나는 어릴 적 나의 아버지가 쏜 눈초리가 떠올랐다.

무언의 압박, 혼을 낸 후 달래주지 않았던 냉철한 눈빛!

그걸 떠올린 순간 내가 아버지에게 원하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침묵하소서!

당신의 건강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침묵을 원합니다!


그렇게 나는 첫 시험의 성적표를 감추었고, 이는 덮어두기의 시작이었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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