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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0대 시절에 대한 나와 아버지의 시선

by 감성부산댁

처음 성적표를 보여줬던 날을 잊을 수 없다.

한바탕 우리 집은 난리가 났다.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 속에 어머니의 울음소리와 여동생의 흐느적거리는 소리.

그리고 아버지의 분노 어린 표정만이 담겼을 뿐이다.


그랬다.

나의 성적표를 보는 순간 모두가 아연실색이었던 것이다.


이번 회차, 잠시 나의 고등학교 성적표를 본 아버지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들을 믿었다.

중학교 때까지 아들은 적어도 나를 실망시키는 성적은 받아오지 않았다.


아들과 같은 나이 때, 나는 한 번도 반에서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때는 오직 좋은 성적을 받아 의대에 들어가서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만큼 나는 절박했다.


하지만 나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학비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

나의 여동생도, 남동생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만큼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교사가 되었고,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오직 가족을 위해!


내게도 아들과 딸이 생겼고, 나는 나의 핏줄인 아들이 반드시 나를 닮아 공부를 잘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믿음이 큰 만큼 실망감도 컸던가.

나는 깨진 믿음에 크게 분노하였고, 이 X 같은 집안을 뒤엎어버리고 싶었다.

아이를 관리하지 못한 애엄마도 미웠고, 내 딸아이도 미웠다.

그리고 내 아들은 꼴도 보기 싫었다.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다시 나의 시점으로 돌아와 본다.


초토화된 집안을 보며 내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다.

한 번 떨어진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그때 접었다.

어린 시절 바라봤던 그분의 눈빛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나 또한 성적을 올려 만회하겠다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음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는 거 말고는 생각하는 것이 없었다.


내 고등학교 생활은 아버지와 나의 숨바꼭질이 되어 버렸다...

나는 아버지를 피했고, 그는 나를 보았지만 보지 못한 척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놀이 같지 않는 숨바꼭질을 하며 10대 시절을 허무하게 보내 버렸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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