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를 준비하여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였다.
그 시간들은 내 일생동안 가장 뭔가를 열심히 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전반전 1년은 집중하지 못했지만 후반전 1년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집, 학원, 독서실의 무한 반복을 버티면서 든 생각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합격해서 부모님의 시름을 덜어드리는 것!
특히 퇴직 전 아버지께 합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 이상 실망을 시키기 않겠다는 것!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보며 버텨온 시간이 헛되지 않아 기뻤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었다고 자부했다.
그럼에도 문득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내 앞길을 정하는 데에도 아버지의 눈치를 본 것이다.
아버지가 가리키는 깜빡이에 반응하여 운전대를 그 방향으로 돌렸다.
능력이 모자란 내게도 막연하게나마 꿈이 있었다.
아버지나 할머니가 바라던 꿈이 아닌 내가 가진 꿈은 '기자'였다.
때로는 일상 속 사건부터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소식을 뉴스 속에서 전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특히 신문 속 사설 면에서 특정 주제에 관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선에서 풀어내어 이를 표출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카타르시스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기자'이야기를 하다 보니 떠오른 일화가 있다.
언제 한 번 기자가 되고 싶다고 가족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아버지는 격려나 응원 대신 기자의 안 좋은 점, 힘든 점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면박을 주셨다.
더 나아가 지금의 내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나의 기를 꺾었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았음은 인정하지만 가족임에도 가족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서운함을 가졌다.
마치 확인 사살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아버지와는 나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버지께는 그저 막연한 뜬구름으로밖에 안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치를 살피다 보니 내 앞가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고, 그렇게 성인이 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버지가 정해준 대로 내 인생의 길을 정했다.
물론 지금의 자리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를 알고 스스로 이 길을 선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