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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은 내가 정할 수 없었다.

by 감성부산댁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학교는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근무한다.

크게 교사, 일반직, 그리고 공무직으로 나뉜다.

그들은 시작점이 다르지만 학교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인격 형성을 위한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한다.


그는 학교에서 평교사로 시작하여 교감을 거쳐 학교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직렬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지금 나의 자리인 일반직 공무원들도 포함된다.


아버지는 생각하셨을 것이다.

나의 아들도 일반직 공무원을 하면 좋을 것이라는 걸!


사실 그들은 선생님에 비해서는 되는 길이 한결 수월하다.

교사가 되려면 학생 시절부터 공부를 잘해야 했다.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야 사범대 혹은 교육대학교 등 교사가 될 수 있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치열하게 학점을 딴 후에는 임용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임용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반직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이 있다.

경쟁률은 높지만 모든 응시생들이 경쟁자는 아니다.

일부 공부를 열심히 한 수험생들끼리만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존재할 뿐이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시험을 보지만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는다.

면접시험 경쟁률은 교사의 임용시험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직은 교사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지 않다.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적응해야 하는 교사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다.

반면 일반직은 정해진 매뉴얼 안에서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다.

교사들은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한 연수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일반직은 정해진 연수만 받으면 된다.


무엇보다도 일반직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인간 구실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라도 그의 눈에는 일반직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은연중에 가졌을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틈만 나면 학교 일반직의 장점 등을 은연중에 흘리시면서 나를 그쪽으로 밀어붙이셨다.

심하게 말하면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강하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를 거역할 수 없었다.

나의 꼬락서니(?)를 보면 어느 것 하나도 이룬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간 구실을 하자면 이 길 밖에는 어쩌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또한 내가 자초한 일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정해준 길을 따랐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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