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의 아버지처럼 나도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생활 초기 몇 년은 자리를 잡으면서 서서히 결혼을 하여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아버지가 내린 관문 하나를 겨우 넘긴 것에 급급했기에 그 이후의 삶은 준비하지 않았다.
특히 결혼은 더더욱 그러하였다.
이성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만나는 지인들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부모님의 조금은 불행해 보이는 결혼 생활를 목격했기에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한 모습, 가족의 일마다 크고 작은 갈등,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한 쪽이 내려놔야 풀리는 상황 등을 보면서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또한 나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내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 앞가림도 못하고, 결혼이 좋은 지도 의심이 갔기에 결혼은 나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한 사람도 아버지였다.
그런 내게 한 줄기 빛이 내려오니 지금의 내 아내이다.
밝은 가정에서 자라 언제나 쾌활하고 늘 웃는 얼굴로 나를 편안하게 했던 한 여인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첫 눈에 반한 그녀에게 나는 용기를 내어 내 진심을 고백하였고, 다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혼을 하였다.
그녀와의 우여곡절은 단순히 나와 그녀 사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문제로 파생되었던 그녀의 고충이었다.
첫 데이트에서 늦을 거 같았음에도 눈치가 보여 말하지 않아 답답해했던 사건!
나의 운전 실수로 전봇대에 범퍼가 살짝 긁히자 과민반응으로 흥분했던 사건!
연애 시절, 맨정신에 사과를 못해 술에 의지한 채 찾아가 울며 불며 사과했던 사건까지!
그녀는 내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나로 인해 그녀가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아프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적어도 내 가족에게만은 내 아버지가 했던 거처럼 하지 않겠다고!
불안함과 예민함, 눈치 보기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하다.
더이상 내 아내와 아들을 나로 인해 힘들게 하지 않겠다.
그것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