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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Jun 10. 2024

<토크쇼> 막내 작가 업무를 알아보자 2 (인터뷰)

  토크쇼에서 인터뷰는 전체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인터뷰에서 토크쇼에 필요한 내용이 거의 다 나온다고 해도 무방 하다. 실제 방송에서 MC들이 출연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할 때 보면 그들이 뭘 안다고 이 사람한테 질문을 하겠는가, 당연히 미리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뽑은 질문들이 있으니 그걸 보고 그대로 읽는 것뿐이다.      


  출연자 섭외가 되고 나면 스케줄을 잡아서 선배 작가들과 함께 인터뷰를 나가고는 했다. 선배가 인터뷰를 하면 나는 그 옆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현장에서 바로 프리뷰를 시작한다. 처음 현장 프리뷰를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바로바로 말을 옮겨 적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귀가 밝지 않은 나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말소리를 잘 못 알아 들었고 말이 빠른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아직 전 내용을 다 적기도 전에 다음 내용을 시작해 버리니 온전한 내용을 다 적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뿐인가 두 사람이 대화하는 형식의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생략되는 단어들이 많았고 중언부언하기도 일수였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적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오면 다시 한번 프리뷰 파일을 열어서 난장판인 내용들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밤새 정리 해야 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쓰니 핸드폰 녹음을 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2G 폰을 쓸 때라 핸드폰이 스마트하지 못했다.)      


  이 당시 선배들의 인터뷰를 따라다니면서 프리뷰를 하는 와중에도 인터뷰하는 팁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인터뷰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딱딱하게 대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호감을 쌓고 경청을 하면서 스스로 더 깊이 말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준비한 질문과 답을 주고받다 보면 출연자의 대답은 단답으로 일관되고 질문들도 금방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아이스 브레이킹부터 시작해서 출연자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프로 레슬링 노지심, 홍상진 선수 인터뷰를 간 적이 있었다. 선 배 둘과 함께 레슬링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선배 둘은 각각 한 명씩 담당을 맡아서 한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는데 이 선배들 역시 경청하고 공감하고 출연자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잘하는 선배들이었다.      

  한참 인터뷰를 이어가는 도중 전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전화는 아니었고 누구의 전화인지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인터뷰 중이니 다들 전화도 안 받고 인터뷰에 열중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 진동이 울려서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중요한 전화일 수도 있고 그걸 떠나서 진동음이 너무 거슬려서 프리뷰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전화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고 몇 번을 더 두리번거리다가 뒤늦게 전화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전화 진동이 아니라 홍상진 선수와 인터뷰하는 선배의 리액션이었다. 홍상진 선수의 대답에 선배는 습관적으로 “음~” “음~~” 하는 리액션을 끊임없이 했는데 핸드폰 진동 소리와 너무 똑같았다. 순간 웃음이 터졌고 혹시나 선배들한테 혼날까 봐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며 프리뷰를 이어갔다. 내 프리뷰 업무 역사상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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