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어딜 가나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 쓰고, 남들은 무심코 넘길 조그만 일에도 혼자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 성격이 때로는 스트레스지만, 이 기질도 나름의 쓸모를 찾을 때가 있다.
민박집 사장은 24시간 대기 중이지만, 비대면 운영이 일상이 된 이후로 손님과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님은 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낯선 공간으로 들어온다. 여행지에 도착했다는 기대와는 조금 다른, 그 순간 어색하고 막연한 불안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서 그 낯선 공기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안하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사소한 것에도 쉽게 마음이 걸리는 내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청소를 마치고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그리고 나의 기분을 섞어 미리 골라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둔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 대신 첫인사를 건넨다는 느낌으로.
음악뿐만이 아니다. 닫힌 문이 주는 심리적 장벽을 없애려 방문과 욕실 문도 한 뼘씩 살짝 열어둔다. 조명은 눈이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만 은은하게 낮춘다. 이렇게 음악과 조명으로 손님이 조금 더 편안한 상태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들어둔다.
사실 이런 뒷작업 들은 '알아주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가끔 이 마음을 정확히 잡아내는 손님들이 있다.
한 번은 어떤 손님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문을 열자마자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긴장이 녹아내렸어요.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좋아서 목록을 통째로 저장해 갑니다."
내가 의도한 동선 그대로 손님이 움직이고 느꼈다는 증거를 발견할 때면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노트북의 백스페이스 키를 수없이 두드리며 문장을 다듬듯, 민박집구석구석을 매만지며 고민해 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받는 기분이다. 그 세밀한 의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라면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괜히 친해지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런가 하면,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방명록 옆에는 민박집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인 볼펜 한 자루를 늘 두는데, 그게 손님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퇴실 후 손님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사장님, 방명록 쓰다가 이 볼펜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혹시 기념으로 가져가도 되는 물건일까요? 너무 탐나서 여쭤봐요."
나는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그러시라고 답했다. 비싼 물건도 아닌 작은 소품 하나에 새겨진 우리 집의 이름을 간직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 볼펜은 이제 그 손님의 일상 어딘가에서 우리 민박집의 기억을 가끔씩 소환해 줄 것이다.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할 나의 예민함을 기어코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런 순간만큼은 오래 마음에 남겨두고 싶다.
나의 예민함이 타인에게 다정함으로 전달되는 순간, 나는 다시 기쁜 마음으로 다음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 나, 제법 감각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