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며 일하지 마

by 이월

민박집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청소를 도와줄 직원을 뽑게 됐다.

방 두 개, 욕실 두 개, 거실, 커다란 식탁이 있는 주방, 온실, 야외정원까지. 손님이 나가고 들어오기 전 정리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처음엔 혼자 다 해보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어느 날, 한계가 찾아왔다.

5인 가족이 여러 날을 머물다 퇴실한 집은 구석구석이 전쟁터 같았다. 게다가 그날 손님은 체크아웃을 예정보다 1시간 늦게 했다.

평소 변수가 없는 날도 체크인 준비하기가 빠듯했는데, 그날은 쌓여 있는 쓰레기, 창문에 찍힌 손자국, 물때 낀 욕실까지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결국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마지막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고, 창밖 마당에는 오늘 들어올 손님이 캐리어를 옆에 둔 채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부리나케 튀어나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 순간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을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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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알바 모집 글을 올리니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왔다.

그중에서도 답장에 “민박집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관련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라고 쓴 사람이 있었다.

진지하게 배우고 싶어 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그래서 연락했다. 그의 이름은 동욱 씨.

젊은 남자였는데, 첫인상은 채팅에서 나눈 느낌처럼 성실해 보였지만 청소보다는 힘을 잘 쓸 것 같은 덩치가 큰 사람이었다.

“언젠가 이런 민박집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일단 배우고 싶어요.”

그 말을 듣자 묘한 기시감이 찾아왔다.

처음 민박을 맡았을 땐 나도 모든 게 낯설었으니까.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고, 바닷가나 여행지에서 느끼는 자유로운 시간은 늘 즐거웠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에서 한인 민박집 호스트가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마음이 번뜩였다.

“원래 어릴 때 다들 그러듯, 이건 내 길일지도?”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집을 꾸미고 가꾸는 걸 좋아하는 취향도 한몫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민박집 사장에 대한 작은 환상도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민박집을 시작하게 됐다. 오래된 시골집의 낡은 벽과 바닥, 작은 구석구석을 손보며 조금씩 바꾸는 과정은 매일이 즐거웠다. 뼈대만 있던 집이 하나둘 변해, 오래된 가구와 소품이 들어서며 내가 상상했던 민박집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게만 흐르지 않았다.

공사가 끝나고, 가구가 들어오고, ‘이제 손님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운영에 필요한 실제 준비들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온 건 청소였다.

그동안은 내가 사는 집만 청소해 봤지, 손님이 묵는 공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침구는 어떻게 세팅해야 할까?

수건은 몇 장을, 어떤 식으로 구비해둬야 할까?

비누나 샴푸 같은 어메니티는 어디까지 챙겨야 할까?

심지어는 “욕실 물기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닦아낸다”는데, 그걸 대체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호텔 메이드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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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은 나 혼자였고, 옆자리엔 대부분 이모나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첫날엔 괜히 어색해서 수건 하나 제대로 개지 못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나도 어느새 시트의 각을 맞추고 수건을 호텔식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버티면서, 나는 이 직업의 현실과 처음으로 마주했다.

“내가 잘 선택한 걸까?”라는 의심이 불쑥 찾아왔고, 동시에 민박집 운영이란 게 단순히 예쁜 공간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마도… 현타가 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나는 원래 집 꾸미는 걸 좋아했다. 인테리어 소품을 고르고, 공간을 바꾸는 걸 즐겼다. 집 꾸미기로 잡지에 소개된 적도 있었고, 그 덕에 팔로워도 꽤 모았다. 좋아하고, 잘하는 걸 살리려면 민박업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한다는 건 ‘하고 싶은 것만 하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반드시 따라왔다. 어쩌면 내가 일에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취향을 담은 집을 꾸미고, 하루에 두세 시간만 일하고, 남는 시간엔 취미도 즐기고, 시골의 여유도 누리고, 심지어 인테리어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건 상상과는 거리가 먼, 땀 냄새와 걸레 냄새가 가득한 ‘일’의 현장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민박집 운영을 꿈꾼다는 동욱 씨가 괜히 내 후배처럼 느껴졌다.

혹시 그 역시, 과거의 나처럼 민박업에 대한 환상만 가득 안고 있는 건 아닐까. 예쁜 집을 꾸미고, 손님들과 웃고 떠드는 장면만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환상 뒤에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싶다면, 그때는 내가 아는 걸 잘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함께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확인하는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함께 일할 수 있을지, 일을 맡겨도 될지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특히 침구 정리는 내 전공이었다. 호텔 메이드 교육에서 가장 먼저 배우고, 또 제일 자신 있는 분야였으니까.

무엇보다 침구 정리 하나로 청소 수준을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간격을 맞추는 꼼꼼함, 손놀림의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첫 업무로 침구 교체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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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늘 기대와 다른 법.

방 두 개, 네 사람 몫의 침구 교체를 맡기고 내가 주방을 청소하는 동안, 방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참 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른 봄날이어서 쌀쌀한 날씨였지만, 방 안에는 한여름 폭염이 온 듯했다.

동욱 씨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땀은 '뻘뻘' 수준이 아니라, '뚝뚝' 수준이었다.

이마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하얀 침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얀 침대 위에 땀은 물과 기름처럼… 그냥 안 맞았다. 끝.

숙소 청소는 침구 정리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렇게 땀이 많아서야 어떻게 일을 맡기지?

당황과 웃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 이건 내가 예상 못 한 변수다.”


그의 성실함과 동종업계 후배라는 동질감보다, 눈앞의 땀방울이 모든 기대를 또르르 흘려보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 남자라 힘이 필요한 부분은 그가 잘할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분야에, 그것도 젊은 사람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뭐, 그는 언젠가 민박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했으니, 그 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있을 줄이야.

먼저, 저 땀부터 어떻게 처리하지? 서 있는 건지 앉아 있는 건지, 몸이 꼬인 듯 멈춰 있었다.

쓰읍. 난 사장이다.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채용,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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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