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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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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이림 Jun 01. 2024

집에 가는 길

엄마와 딸 I 2024.5.21

"여러분 엄마 항암 일자 올려요 비행기와 병원 예약 하려구 해요..."

엄마 항암 일정이 잡혔다.

3주 간격이라 9월이면 항암 6차까지 끝나는데 엄마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항암 후기들을 읽어보면 생살을 찢는 고통이라고 하던데, 태어나서 수술이라고는 쌍꺼풀수술밖에 해보지 않은 내가 감히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까…. 개복수술 후에 아파하던 엄마 모습이 생각나 벌써 두렵다.

제발 아프지 않고 부작용 없이 무사히 완치되면 좋겠다. 엄마가 아플 거라고 예상되니 너무나도 무섭다. 항암이 아프지 않았다는 후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어 글을 찾을수록 읽을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부디 엄마가 미리 검색해 보지 않았기를…. 항암 일정을 보니 성수기가 약 3번 정도 겹친다. 비행기표…. 괜찮을까…. 돈만 있다면 최고로 좋은 자리인 비즈니스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매번 항암 때마다 나도 함께 갈 텐데... 돈과 시간에 무서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낀다.


"잠깐 전화 괜찮을까?"

버스 타고 집에 가는 길.

일하는 곳에서 집까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기에 출퇴근길에는 항상 잠이 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잠에 들려는 순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보험금으로 천만 원 정도가 들어왔는데 6차 항암까지 필요한 돈을 계산해 보니 진료비+항암비 빼고 대략 만 원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다. 버스 안이라 급하게 전화를 끊고 대략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엄마 말처럼 기본으로 만 원은 사용할 것 같다. 그러면 남은 돈 이천만 원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임상이 가능할지 불확실한 이 시점에서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엄마가 조건이 맞아 임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도, 임상에서 사용하는 약물만 지원이고 그 외에 비급여 항목, 검사비는 개인부담을 해야 한다. 처음 경험해 보는 이 모든 상황들이 낯설고 어렵다. 내가 10년만 나이가 더 많았더라면 이 상황들을 지금보다 현명하게 이겨내지 않았을까? 내 지갑 사정은 지금보다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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