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 Other

언제나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나의 동행자

by 지그시

내가 아닌 사람.


다 이해할 수 없어

온전히 겹쳐질 수 없는 세계.

나의 순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그러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한낱 등장인물.


……그래도 되는 사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


다른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으로 남길 수 없는


지우고자 해도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고 마는

오래된 빛바랜 사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더 괴로운

낡은 상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할 수 있는 일이 원망과 후회뿐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그래서 또 한 번


서로에게 다른 사람으로

남을 수 없다고 확인하고야 마는

언제까지나 풀리지 않을 끈.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심호흡을 하고

함께 묶여 있는 발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하는


그런 나와


분명 낯익지만

낯설기만 한,

나의 동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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