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에 있었다는 증표
낡아가는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
가장 손에 잘 잡히는 펜에
자주 둘러메던 앞치마에
수시로 펼쳐보던 책에
늘 곁에서 온기를 나눠주던
그 사람에게도.
지나간 시간은 더욱 짙고
밀도 있게 배어난다.
그것은
함께 지나온 시간과
셀 수 없이 나눠 가졌던
여러 순간들,
그리고 수도 없이
서로에게 속삭였던
모든 말들이
지나가면서 남긴
나이테 같아서
낡아가는 것들을 볼 때면
쉽게 눈을 돌릴 수 없다.
지나간 시간들의 흔적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남아있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 같은
크고 작은 주름은
지금,
다시 한 번
그 사람과 함께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