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딸, 공부라는 것을 한다. 지금 5학년이 될 때까지 공부라는 것은 학교 수업 시간 외에는 한 적이 없던 딸이었다.
5학년이 되자 수학이 급격하게 어려워진 딸아이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슬슬 받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딸아이를 방과 후에 남겨서 수학 보충수업을 별도로 해도 되겠느냐는 전화가 왔었다. 나는 선생님께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오케이를 했는데 딸아이는 갑자기 혼자 남겨져 수학문제를 풀고 있어야 하는 현실을 납득하기 힘들어했다.
딸아이가 갑자기 온라인 학습지를 시켜달라고 했다.
재이라는 친구도 진즉부터 하고 있는 학습지라고 했다.
학습지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면담을 하는 딸아이의 통화를 듣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무식, 모르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당당함이 멋졌다. 딸아이가 그 와중에 8단 구구단을 헷갈려했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 내 얼굴이 시뻘게졌다.
영어를 상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께서는 하경이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질문들을 하셨다.
"파닉스는 다 끝냈지?"
"파? 파 뭐요?"
"응, 파닉스는 영어 단어는 모르지만 영어를 보고 어떻게 읽는지 아는 것을 말해."
"알파벳은 대문자 소문자 다 익혔지?"
"아뇨, 완전히 익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은 알아요."
"그렇구나, 천천히 기초부터 시작하면 돼."
딸아이가 날마다 온라인 학습지로 수업을 듣고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점수를 차마 밝힐 수 없는 수준이었으나 요즘 딸아이가 온라인 수학시험을 다 보고서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생겼다.
"엄마, 100점 맞았어요."
그러더니 문제가 너무 쉽다면서 수학시험을 가소롭게 여기기 시작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잊어버린 것이다.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알게 될 때가 올 거라 생각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이렇게 빨리 공부를 스스로 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란 걸 했는데 엄마인 나보다 3년 정도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이다.
어쨌든 기특하다.
요즘 우리 딸, 공부라는 것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