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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

by 김추억

굴뚝이 있는 정겨운 집들을 보았습니다.

집 뒤켠으로 연기가 날아가라고 만들어 놨어요.


제 어릴 적 시골집에도 굴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굴뚝의 모양은 정확히 기억나는데 굴뚝이 어디 박혀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저는 굴뚝만 보면 저희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요.

의처증이 너무 심하셨거든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보시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기어이 나게 만드셨죠.


살면서 참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많아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니 떳떳하면 그만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피워내는 자가 결국 자기가 피워낸 그 연기를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 만든 연기에 시야가 가리고 검은 그을림 속에 살게 되는 것이 딱할 뿐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네, 연기가 난다고 믿으면 연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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