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나지막한 뒷동산에 올라가 본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게서 멀리 달아났지만
결국 달아나서 도착한 곳은 괴롭힘의 가장 안쪽.
너무나 고요하고 쓸쓸한 그 뒷동산에
어린 소녀 하나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천진난만한 소녀의 얼굴,
소녀가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뒷동산의 오래된 나무들과 함께
나도 옹이 가득한 나무 한그루가 되어 내려다본다.
보일 듯 말듯한 괴롭힘.
괴롭힘이 싫어 내가 내 자신을 더 괴롭혀 본다.
내가 만든 괴로움 속에 묻혀서
누군가 주는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고자...
내려다보는 일을 하다 보면
불투명한 마음 덩어리가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렇게라도 해야 가슴이 터지지 않으니까...
낙엽 냄새 쓸쓸한 그 뒷동산에
바스락거리는 내 발걸음을 남겨두고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