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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Feb 20. 2016

그녀들이 눈물 흘리는... 이유

도시를 걷다 - #11 Sevilla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종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어느 쪽을 택했더라도

타인의 선택에 관해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표용력이

결단코 요구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만큼


오랜 세월 찬탈과 명망과 배신과 선의와 악덕... 까지도 고루 영위해 온

역사의 격전지를 그저, 이방인의 한갓진 시선으로

가만히... 둘러보기만 할 요량이다
































아침, 조금 이른 시간부터 길을 나서니

간밤의 옅은 비로 촉촉해진 도로에는

기척이 없다



대성당은 숙소에서부터 꽤 떨어진 거리에

자리해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저 여행자니깐







































































































































이른 아침의 미사 시간,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이 반짝 들어

어영부영 바깥으로 밀려 나오니,


맑고 쾌청한 하늘이 무색할 지경이다

















웬 인파 자욱한 행렬과

눈부신 은실 금실로

제법 고귀하게 수놓아진 깃발과




빠알간 제복의 '앳된' 사내들까지























사바

사바

사바세계는 변함이 없고

그러한 것이고












































세상 어두운 곳과 주린 자들

무수한 세월 지났음에도

여전히 변함없음에

여전히

눈물 마를 새 없는가 보다






































저물어가는 오후의 햇살이 고즈넉한, 동네 어귀

자그마한 성당의 온기에 반해 잠시 지친 다리를 쉬었다  가려하니

입구 근처에서 낡은 스카프를 두르고 성상처럼 숨죽여 섰던 집시 노파 하나가

알아듣기 힘든 웅얼거림으로 오늘의 자비를 갈구한다


긴 시간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렇다

어쩌니 저쩌니 정의가 제 것인 마냥 세상의 어려움과 부조리에 분개하다가도 

주머니 속 동전 몇 개의 빈곤한 짤랑거림에 낙낙해져서,

이름 없는 빵집의 눅눅한 바게트 한 개로 점심을 대신했던 하루가 못내 서러워져서,

입맛 다시던 진열장의 호사스러운 과자 대신 1유로짜리 싸구려 봉지과자를

배낭에 쑤셔 넣던 기억이 새삼 겹쳐지면서


선뜻 손 내밀기를 망설이다 보면 어느덧

내 발걸음과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다

비루하고 구차한... 조막만 한 심성이, 다른, 어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신

뜨거운 눈물 흘려주는 그녀들을 오늘도 분주하게 만들 것이다

세상의 올곧음과 따스함을 분주히 지펴주고 있는 타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하나만은 잊지 않고, 꾹꾹 눌러 담고 살아야 할 텐데














그래도 세상은 뭐

변함없이 돌아가는 법










































갓 뽑아낸 뜨거운 반죽 열기를

못 견딘 초콜릿 소스가

누군가의  눈물방울처럼

스멀스멀  흘러내리는 통에


그냥, 돌아서던

그런 날도

있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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