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애증하는 것들에게 바람이 있습니다

신경림 시인, 목계장터

by 시숨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모든 애증하는 것들에게 바람이 있습니다

애증이 없다면 기대도 없겠죠


장터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떠돌이 상인들도 옵니다

본시 우리는 떠돌이라

정착을 꿈꾸지만

언제나 장똘뱅이입니다


사람들이 아니라

하늘이, 땅이, 산이, 강이 나에게

무엇인가 되라 합니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더불어 있는

바람이, 방물장수가,

들꽃이, 잔돌이, 떠돌이가

되라 합니다


시적 화자는 그러나

어떤 선택도 하지 않고

그저 서술만 합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겠죠

목계장터에서

인생들을 봅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방황하는 우리 인생들이

죽을 때까지

선택하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며

살아가는 모습을요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