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역(逆)겹다:
역정이 나거나 속에 거슬리게 싫다.
내가 너무나 싫어 떠나가려는 이를 향한 마음이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여전한 사랑이니
그래시 이 시는 아름다운 한 편의 시가 되었나
봅니다.
나의 잘못이었을 수도
혹은 그대의 잘못이었을 수도
혹은 그저 감정의 변화일 수도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맞는 이별의 순간에 우리는 대부분
내 마음의 상처와 슬픔
그리고 상대에 대한 원망의 감정들로
휩싸이기 쉬울 것 입니다.
하지만 이 시에는 우리가
원치않는 이별을 겪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드러나지 않아 보입니다.
내가 싫다며 떠나는 이를
말없이 고이 보낼 수 있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이별이라는 그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그 떠나는 걸음에
진달래꽃을 한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릴거라는 고백을 합니다.
그것은 이별을 선택한 상대에 대한
축복일 것입니다.
떠나는 이에 대해 원망하기 보다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존중을 넘어 축복하는 시적화자의
의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걸음 걸음 꽃을 놓아두고
그 꽃을 밟고 가시라는 표현 속에는
떠나는 이가 걸어 갈 길을
먼저 가보고 준비하려는 의미도
담겨있음을 떠올려보면
만남의 순간만큼이나 이별의 순간 역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겠다는 고백은
슬프지만 그 슬픔조차 내색하지
않으려는 의지이겠지요.
있는 그대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오늘의 시대에 이 시에 담긴 이별에 대한
태도는 낯설기만 합니다.
그것은 이별 속에서도 보내는 이의 마음이
변치 않는 사랑의 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조건적인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을 다하여
끝까지 떠나는 이를 위해 축복하고
담담하게 이별을 맞이하는 이 모습은
떠나는 이가 언제 다시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고귀한 감정이 아닐까요.
의존적이거나 나약하지 않고
이별마저 아름답게 하는
시 한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