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집 『나는 별 아저씨』, 1978)
이 짧은 시 속에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너무나 짧아 독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채워가며
읽어야 할 부분이 많은 시 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육체를 지닌 우리는 물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가족이라면 한 생활 공간 안에 가깝게 거리를 두게 될테고 부부라면 바로 곁에 있을 것이며 친구, 직장동료, 선생님과 제자, 직원과 고객, 혹은 완전히 남인 사람들 등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물리적 거리가 위치하죠.
또 한가지 우리는 심리적 거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인연인데 너무나 가까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 함께해도 멀기만
한 관계도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기에 우리는 각자가 떨어져 있는 존재인
것이죠.
시인이 말한 첫구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라는
구절 속에서 그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있음을 먼저
이야기하는 한편 "섬이 있다"라는 언급도 하고 있습니다. 섬이 있다는 것은 바다가 있다는 말이고
바다는 우리에게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곳입니다.
나라는 육지와 너라는 육지 그리고 그 사이 바다라는
공간 속에 섬이 있다는 것인데 이 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시인은 그 섬에 가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섬에 바로 갈 수는 없습니다. 배를 준비해야 하며
동력이 없는 배라면 바람의 방향을 읽고 돛을 펴고,
또 온 힘으로 노를 저어가야만 합니다. 섬에 간다는
것은 그대를 향한 나의 노력 어린 첫걸음일 것입니다.
그 섬에 간다고 해서 그대에게 건너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날씨도 허락해야 주어야 할 것이며
상대방도 나의 방문을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루어졌을 때 만남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표현은 사람에 대한
근본적 관심의 표현이자 호기심의 시작일 것입니다.
섬까지 간다는 건 그대에게 건너갈 수도 있고
그러다 아니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건 우리들 사이의 최소한의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현대 사회에 우리는 이전보다 너무나 많은 소통수단이 있습니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클릭 한번이면 간편하게 메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굳이
손글씨를 써서 봉투에 담아 우표를 붙일 필요도 없는 시대이지요. 그런데 이런 간편함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이라는 공간을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 그 섬까지 가는 동안 그대를 생각하고 섬에 잠깐 머물러 그대에게 건너가기도, 혹은
돌아오기도 하는 이 소중한 관계의 공간은 예의이기도 하고 존중이기도 하고, 그대와 내가 더없이 친밀해지는 교제의 공간이기도 하겠죠.
관계는 많지만 수많은 피상적 관계가 가득한 이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섬이 아니라 마치 육지 위로 지나가듯 쉬운 다가섬, 그리고 헤어짐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정현종 시인이 말하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고백이 시를 읽으면 읽을 수로 가슴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