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박형진 시인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시를 읽으며 잠깐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맑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사건은 단지 풀여치 한 마리가 시인의 옷에 앉은 것 하나뿐이었다. 도시의 나는 놀라서 여치를 얼른 보내 버리거나 혹은 잽싸게 붙잡아 관찰해 보다 보내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농부 시인은 그대로 함께 걸어간다.
풀여치가 앉았을 때 시인은 풀잎이 되어 주었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온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그가 머무는 자리가 되어 주었을 때 그는 자신을 잊고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풀여치를 위한 풀만이 아니라 긴밀한 관계들로 통하는 세상을 발견한다. 세상 속에서의 자신을 발견했음을 고백한다.
이 시의 맑은 물에 한참을 몸 담근다. 마음속 깊은 때가 벗겨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