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밤에, 박준 시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박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정차합니까 하고 물으며 버스에 탄 사람이 앉았다가 운전석으로 가서는 서울로 나가는 막차가 언제 있습니까 묻는다 자리로 돌아와 한참 창밖을 보다가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내일 첫차는 언제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설명 없이 정황 묘사와 질문으로만 쓰여 있어,
저의 상상으로 채워가며 시를 읽습니다.
버스를 타고 장례식에 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토요일 밤이면 모르겠지만,
일요일 밤이라면 다시 내 삶의 자리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장례식에 간다는 것은
내 삶의 자리에서 잠깐 비켜 서서
한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는 자리이기에,
하차하기 전에 그는 막차 시간을 물으며
나올 시간을 계산합니다.
창밖 풍경을 보며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인생의 자리와
삶과 죽음의 자리에 더
머물고 싶어집니다.
그는 오늘의 막차보다는
내일의 첫차를 탈까 고민합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곧 장례식장에서
하차를 준비하겠지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어차피 올 내일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
오늘의 죽음의 자리에 더 머물다
가리라 결심합니다.
한 생의 소중한 것들을 잠잠히
떠올려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