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부터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최소 1.5배 이상 늘어났다. 이로 인해 상반기에 늘 해오던 루틴들을 정리 점검하여 꼭 필요한 것들만 유지하고, 하루 일상을 더욱더 심플하게 다듬었다. 여전히 살아남은 루틴과 앞으로도 살아남게 될 루틴은 ‘운동과 일기 쓰기’다. 어느새 나는 '바쁘니까 이 루틴은 잠시 보류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 매일 하던 러닝은 러닝 나가는 시간을 많이 늦추거나, 주 2회는 홈트로 대체하는 등 하지 않을 고민보다 어떡해서든 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신기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타고난 본성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는 없어도 품성은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2.
7월 들어서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원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지만 늘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면 어느 순간 내가 맞춘 알람보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전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 감정과 행동을 들여다보니 이 행동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새롭게 하는 일에 점점 큰 흥미를 느껴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바빠졌지만, 사실 일이 바쁘고 안 바쁘고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면 자연스럽게 사람은 ‘내일’이 기대가 된다. '내일'이 기대되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번 주 내내 내가 썼던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할 수 있고, 계속 해나갈 수 있음에 참 감사함을 선명하게 느꼈던 한 주였다.
3.
7월부터 매일 아침 우리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일을 한다. 이 동네에서 4년 넘게 살았지만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최근에 이용해 보게 되었다. 높은 층고와 시원한 온도, 답답하지 않은 테이블 배치 덕분에 이곳에서 일을 하면 집중력이 정말 많이 향상된다. 그래서 최근 새롭게 형성된 나의 오전 루틴은 이러하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8시쯤 나와서 동네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도서관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간다. 나는 아이스 커피를 들고,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이 시간이 가장 기분이 좋다. 그리고 도서관에 도착 후 오전 11시 반까지 집중하여 일하다가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4.
최근 내가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던 이유는 새로운 일도 일이지만 아마도 새롭게 형성된 나의 ‘오전 루틴’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줬고, 그 좋은 기분이 계속해서 '내일'이 기대되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몸에 열과 땀이 많아서 4계절 중 여름을 그것도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7월을 싫어했지만 올해 7월은 ‘좋은 기분’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한 달이 될 것 같다. 언젠가 초심과 중심, 진심을 잃어가고 있을 날이 온다면 반드시 2024년 7월의 내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하고 싶다.
5.
나는 요즘 사는 게 재밌다. 살아가는 게 재밌다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재밌다’는 말의 의미도 개인마다 해석이 다를 테니까. ‘사는 게 재밌다’는 감각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퇴사 이후부터다. 회사를 다닐 때도 나의 하루가 싫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일부터 일상까지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기획하고, 끌고 가는 하루를 살아보니 회사를 다닐 때의 삶과, 온전히 독립했을 때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비교’를 할 수 있어서 여기서 느끼는 감각이 더 선명해졌기에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불안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은 조직이 없다는 불안보다 독립된 개인이라서 느끼는 자유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것에 대한 기쁨의 크기가 더 커서 상대적으로 불안함이 작아 보일 뿐이다.
6.
사는 게 재밌다는 감각은 24시간 내내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불안함 가운데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온전히 내 의지로서 그 일을 해나가고 있으며, 그 일이 때로는 힘들고 지겹기도 하지만 또 재밌고, 뿌듯하기도 하다는 의미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들도 해보고, 지쳐 나가떨어져보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큰 영감을 얻어보기도 하고, 이런 나를 들여다보면서 내 언어로 매일을 기록하고, 일만큼 나의 소소한 일상도 재밌어서 자연스럽게 내일을 기대하며 일어나고 잠드는 나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재밌다.
7.
매일이 주말 같다면 더 이상 주말이 기대되지 않는 것처럼 반대로 내가 내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고 다시 일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의 일상에서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주에 내가 사는 게 더 재밌다고 느꼈던 이유는 그만큼 내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졌다는 뜻일 것이다. 일에만 집중하여, 일상이 망가졌다면 그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올바른 몰입의 방향은 아니다. 일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가면 나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몰입도도 함께 올라가는 것.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일과 인생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