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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획자 장PD Aug 05. 2024

잘 살아가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1.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몰입하느라 7월 한 달은 정말 정신없었다. 몸은 바쁘긴 해도 무언가에 집중하며 시간을 쏟는 느낌은 여전히 좋다. 물론 그 좋은 느낌을 유지하려면 일에만 매몰되어선 안된다. 명심하자 제발..

2.

이번 여름은 정말 역대급으로 덥다. 나의 캘린더와 일기장 속 내용을 찾아보니 작년 여름엔 해가 지지 않은 저녁 시간대에도 꾸준히 러닝을 해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몸에 열이 많은 나도 러닝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더위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해가 져도 달리는 게 무리라고 생각될 만큼 더웠다. 이 날씨에 이 온도에 달리는 것은 운동의 역효과가 일어날 것 같아서 대부분 홈트레이닝으로 대체하였다. 

3.

날씨가 더워지니 확실히 지친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과 재미와는 별개로 특히 열에 약한 나는 더운 날씨에 뭘 해도 회복이 느리다. 날씨 공격에 운동량은 줄였는데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도 줄어드니 결국 어제 몸살이 났다. 사실 어제도 일을 하고 싶어서 금요일 저녁에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놓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쑤시고, 무거웠다. 일이 재밌다는 것과 별개로 내 몸은 그간 건강한 루틴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1차 경고를 확실하게 주는 듯했다. 그래서 어제는 그냥 모든 일을 놓고,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몸살에 두통까지 겹쳐서 약을 먹고 계속 잠을 잤다.

4.

중간에 잠깐 일어나서 거실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보며 멍을 때렸다. 멍 때리는 시간도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것 같다. 이것도 참 중요한 시간인데 아프고 나서야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나 또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소중한 걸 망각하는 한낱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것도 함께 깨닫는다.

5.

최근에 다양한 영상들을 보다가 스쳐 지나가며 들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에게 할당된 돈이 2만 원이고, 이걸 그날 하루 생활을 하며 쓰다 보면 당연히 남는 돈이 줄어드는 것처럼 의지도 그날 하루 할당된 것을 쓰다 보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의지라는 게 무언가를 계속 참거나, 견디는 행동도 포함된다. 그래서 참고 참으면 결국은 터지기 때문에  ‘의지’ 즉, ‘에너지’가 덜 낭비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습관 만들기에 도가 텄기에 이미 알고 있는 원리였지만 아프고 나니 다시 한번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6.

현재 내가 그간 지켜온 루틴들 예를 들어 운동, 글쓰기, 독서, 건강한 식단 외에도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하는 것 등등은 이제 거의 습관이 되었기에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나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처음 시작했던 2년 전에는 거의 의식하며 이 루틴들을 철저하게 지켜나가려 했다면 이제는 그냥 생각 없이 이걸 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재밌는 일, 좋아하는 일이 중간에 끼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습관을 만들 때 또는 유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쾌락의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들이다. 쾌락의 도파민이라고 하면 흔히 SNS, 유튜브, 넷플릭스, 게임 중독만을 떠올릴 수 있는데 아무리 몰입하고, 좋아하는 일도 조절하지 못하면 때로는 ‘쾌락’의 중독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7.

그러니 습관을 만들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아무리 습관이 무서운 녀석이어도 이 아이만큼 무서운 아이가 쾌락의 도파민이니까. 행동을 자동화시킨다 한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한정된 시간 안에 나는 잠시 늘 하던 습관을 미루고, 재밌는 일을 선택하게 된다. 왜냐면 일이 너무 재밌으니까, 재밌는 감정이 습관도 삼켜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거니까. 물론 습관도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이 나뉘는 것처럼, 쾌락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절한 쾌락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치 퍽퍽한 건빵 사이의 별사탕 같은 그런 존재다.

8.

그러니까 아프고나서야 느낀 것은 이 쾌락이라는 녀석은 누구나 다 아는 나쁜 행동에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좋은 행동이라 생각되는 그런 곳에도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참 잘 살아가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게 와닿는다. 일도 재밌게 하면서 스스로도 보살펴야 하는 거..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9.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뭐, 이것까진 좋다. 그런데 일상을 무너뜨리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막무가내로 하진 말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에게만 손들어주면, 그 좋아하는 일도 어느 순간에 쾌락의 도파민을 내뿜으며 중독이라는 걸 만들어버릴 테니.


출처 : 스앤프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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