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4월 비빔밥'
정애정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은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이동순(영남대 교수) 문학평론가가
'달고 맛있는 비평' (선, 2009)에서
4월 비빔밥에 대해 평한 것을 잠깐 보자.
이런 저런 음식들을 두루 먹어 보았지만
'4월 비빔밥'처럼 깜찍하고 정겨운 음식은
처음 대합니다.
이 시는 봄 햇살 한 줌, 새순 몇 잎,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
두어 방울의 산목련 향,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열 걸음,
그리고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은 손에 집히는 대로
듬뿍 넣습니다.
비빔밥의
최종 마무리에 해당하는 고명의 재료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비빔밥을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중략-
그러나 현실에서 이 시는
깜찍하고 정겹고 예쁘기만 한 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작자를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의 특징 중 하나라면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니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이미 퍼진 가짜 정보는 그것을 바로 잡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원작자가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 상황은 비단
글작가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리라.
이 시를 쓴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작자가 유명한 시인의 시로 둔갑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부랴부랴 저작권 등록을 하고
힘겹게 바로 잡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을 다 믿어도, 다 의심하지도 말라'
는 말처럼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거짓으로
여기거나 모든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앞으로 올 시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매일매일 느끼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람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마음가짐은 물론
무조건 믿는 대신 사실 확인을
통해 더 나은 판단을 내려야 하며
의심하는 가운데 더 많은 것을 배우려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신뢰적 관계일 것이다.
진정한 신뢰는 비판적 사고 뒤에
오는 더 깊은 확신을 통해,
혹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겉모습,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마음을 울리는 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그동안 시와 에세이, 동화 장르의 글을
조금씩 써오며 간간이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의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글공부를 하면서
제가 다른 장르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그 장르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훗날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하며
구독자분들을 포함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께
자신만의 빛나는 길을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