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과 냉장고, 그리고 통장을 장악하는 ‘실전 기술’
[실기 제 1장]시선의 질서:머릿속의 질서
눈에 보이는 풍경이 곧 현재 내 머릿속의 질서 상태다.
한 진화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 아니라, 자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아무리 진취적인 인생을 사는 현대인이라도 휴식과 쉼 없이는 단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디론가 나가서 놀든, 일을 하든 다시 돌아와 쉴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아온 나를 반겨줄 반듯한 내 공간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아침을 먹은 부엌을 정리해야 한다. 이것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돈: 통제력을 회복하는 첫 번째 의식
정돈은 단순히 미관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하는 첫 번째 의식이다. 모든 것이 정돈되어 제자리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제대로 쉴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만큼 소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딱 그만큼만 어질러야 한다. 무언가 사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사고 싶은 것을 집 안으로 들였다면, 그만큼 내 집에서 나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이자, 나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공식이다.
공간의 경제학: 수천만 원짜리 보관료를 내고 있지는 않은가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는 이들은 이런 방향이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회용 젓가락을 차곡차곡 모아 서랍 한 칸을 가득 채우거나, 수십 년 전 행사 때 받아온 수건이 장 한 칸을 메우고 있음에도 정작 행주처럼 얇아진 수건을 쓰고 계시는 모습들 말이다. 아끼는 것이 미덕이고, 모으고 쌓는 것이 곧 절약이자 재테크였던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잠깐만 계산해봐도 우리는 모두 같은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쇼핑은 '집'이다.
집은 넓은 게 좋다. 공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 대한민국에서 집을 한두 평 늘리는 데 수천만 원이, 방 한 칸 늘리는 데 억 단위의 돈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철저한 객관화가 필요하다.
큰 차, 여러 대의 냉장고, 넓은 팬트리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시외로 나가 되도록 넓은 집에 사는 게 맞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타협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성숙함을 갖췄다. 남들이 가진 것을 나도 가져야 한다는 유행을 따를 필요가 없다.
쌓아둔 짐들이 차지한 그 한 평은, 사실 수천만 원의 기회비용이라는 '보관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은밀한 공간의 질서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런 계산적인 관점을 떠나서도 정돈은 중요하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나만 알 수 있는 곳, 냉장고 안처럼 은밀한 공간을 정돈하는 행위는 나를 온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내 주변의 질서를 잡는 것은 곧 머릿속을 정돈하는 것이며, 이는 효율을 높여 결국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 어른의 생활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안정화된 나에서부터 행복한 내가 솟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