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픽은 어떻게 첫 브랜드 캠페인으로 인지도를 3배 올렸나> 시리즈
3. 매체별 예산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1부>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2부>
4. 시너지를 내는 통합마케팅 기획하기
5. 스픽에게 남은 과제
에필로그 - 잘 해내고 싶은 마음끼리의 어려운 대화
지금까지의 글에서 브랜드캠페인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번 브랜드캠페인은 전반적인 피크시즌 마케팅 활동의 일부였다. 내가 스픽에 합류한 것이 2023년 5월이었고, 그 전에도 스픽 한국팀은 적어도 2년간 “1월, 새해 영어공부 다짐"이라는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왔다. 마케팅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와 컨텐츠까지 전사가 함께 합을 맞추어 준비해왔고, 2024년엔 여기에 브랜드매체와 셀러브리티 모델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2024년, 스픽의 성공 핵심은 브랜드캠페인이 아닌,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매체에 브랜드캠페인을 더한 통합마케팅이었다.
모든 마케팅의 시작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스픽은 1월 피크시즌을 겨냥해 항상 새로운 제품경험을 출시한다. 스픽의 1월준비, 그 시작은 언제나 “새롭게 바뀌는 스픽"을 완벽히 이해하고, 내러티브를 만드는 일이다.
다만, 제품이 완벽히 나오는 시점 - 작년의 경우, 베타가 아주 이르면 10월 말 정도 출시되는 스케줄이었다 - 보다 마케터들이 내러티브를 만드는 시점이 더 일러야 했다. 우리는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설득할 전략을 짜야 했다. 10월 초, 지금까지 개발되고 있는 버전과 데모를 보며, 제품을 기획한 PM들과 함께 워크샵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스픽을 소개할 것인지를 정리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 [ 가망고객 ] 을 위해 [ 문제 ] 를 풀어주는 [ 솔루션 ] 한 서비스를 런칭한다.”
라는 문장의 포맷으로 새로 출시되는 기능의 핵심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1차 정리된 제품의 소구 포인트는 “Master Product Document”라는 포맷으로 정리했다. (메타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쓰던 문서의 포맷이다 - 원하시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이 문서에는 대략 다음과 사항이 정리된다.
한 줄 요약: 제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 어떤 신제품이 런칭되는지
타겟 페르소나
어떤 경쟁자 대신 우리를, 왜, 선택하는지
유저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가 경쟁자 대신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시장에 다가갈건지 (Go-to-market 전략과 스케줄)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시장에 아주 넓게 선을 긋기로 했던 최초의 전략을 전사에 상기시켰다.
우리는 “영어는 사람이랑 배워야 하는" 시절의 공부방법을 옛날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예 새로운 “AI기반의 영어공부"방법을 시장에 내놓게 되는것이다.
사람영어 대비, AI영어는
언제, 어디서나
더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울렁증이나 부담 없이
“선생님 by 선생님" 없이 - 일정한 퀄리티로
영어회화를 배울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브랜드캠페인에서는 “영어울렁증"에 대한 문제를 짚게 된 것이다.
이렇게 “Master product doc”이 완성되고, 주요 제품기능을 나열한 소구포인트 문서가 완성되었다. 모든 마케팅 소재등의 기획은 이제 이 하나의 문서를 기반으로 파생되었다.
여는 글에서 말한 것 처럼, 브랜드 매체는 기존 매체믹스에 더해진 하나의 레이어였다. 전체적인 매체선정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에 진행하던 매체: 퍼포먼스 (메타, 구글, 네이버 등), CRM, 파트너십 (인플루언서 / 어필리에이트), OOH (기존 강남역에서, 강남/여의도/종로로 범위를 넓혔다.
새롭게 진행한 매체: 브랜드 - TV, 브랜드 디지털 (유튜브 예약형 & 비딩형, 네이버 / 카카오 예약형), 파트너십 - 메가 채널 PPL
스픽은 개개인이 일당백을 할 수 있는, 매우 작은 팀을 지향한다. 이 캠페인을 준비할 당시, 스픽 서울 오피스에는 (나 빼고) 정규직 마케터가 5명, 디자이너 2명이 있던 상황이었다. 4개월 남짓한 시간 이 모든 채널에, 이 작은 팀이 힘을 모아, 우리가 자랑스러울만한 결과물을 올려야 했다.
추석 직전 9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전략설정, 준비, 테스트, 라이브, 분석까지 모두 리스트업 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만들어 보았다. 각자의 일이 화이트보드 한 가득 얽히고 섥혀 있었다. 이 중에서 나는 모든 악기들이 제때에 제 소리를 내고 있는지 체크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해야 했다.
인플루언서 캠페인이 보통 1월 준비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인플루언서 선정, 소통, 구좌확보, 그리고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 시간을 고려하면, 인플루언서에게 보통 몇 달 먼저 우리 제품의 소구포인트와 내러티브, 그리고 신기능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베타액세스를 전달한다. 그래서 Master Product Doc과 베타버전이 나오자마자 인플루언서에게 베타를 전달하고, 스픽 팀 내부에서도 열심히 사용자경험을 탐구하고 서로 피드백을 전달했다.
이렇게 무수한 소통을 거쳐 정제된 소구포인트들로 크리에이티브를 여러개 만들어, 피크시즌이 시작되기 전 미리 퍼포먼스형 광고를 돌려보았다. 이 결과에 따라 1월의 메인 프로모션 랜딩페이지 내 스토리텔링 순서를 조절하거나, 1월 프로모션이 진행되면서 더 디벨롭해야 할 소재들의 방향을 잡아갔다. 이렇게 TVC 메인 브랜드 소재, 옥외, 퍼포먼스 소재, 랜딩페이지, CRM캠페인, PR까지 하나의 내러티브 아래에 차근차근 준비되어가고 있었다.
적은 인원에 이렇게 복잡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택한 전략은, 컨트롤 해야만 하는 것을 줄여버리는 것 이었다.
준비과정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자주 하는데 집중했다.
우리 모두, 새롭게 진화하는 제품과 관련된 핵심 내러티브를 잘 이해하고, 결과물에 녹이고 있는지
서로의 일정에 영향을 주는 작업물 일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변동이 있는지
전사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프로젝트 - 주로, “처음 해보고, 규모가 크고, 원복하기 어려운" 브랜드 미디어 예산과 같은 -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치열하고 빠르게 준비되고 있는지
그 외의 것은 동료에게 온전히 믿고 기댔다. 각자가 최선이자 최고의 결과물을 가져올것이라는 학습된 신뢰가 있었다.
특히, 우리는 브랜드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브랜딩"에 크게 힘을 주지는 않았다. 아직은 작은 팀이기 때문에, “스픽스러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시장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우리의 장단점에 대해 모든 팀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랫동안 팀을 맞춰온 축구팀처럼, 패스에 패스를 거듭하며 1월 캠페인 준비를 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