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변명

어른

by uyen



내가 어른이 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인데, 이를테면 나는 둘째이자 막내이고, 첫째가 있다. 그래서 나는 어리광을 자주 부리고, 떼를 썼다. 그리고 혈액형이 AB형으로 첫째가 자주 나에게 AB형은 또라이 아니면 천재인데 너는 또라이인 것 같아 하고 놀렸다. (TMI이지만, mbti가 나오기 전에는 혈액형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고집이 아주 세고 나보다 똑똑하거나 내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으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어른인 척은 할 수 있었으나 나 스스로에게 어른인 것 같냐고 물어보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람들에게 관심도 별로 없고, 좋아하지 않는다. 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때 아빠 친구께서 나에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고 알려주셨다. 니가 아무리 혼자 잘나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의 의미를 그때는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초등학생 고학년, 중학생이었다.


어른인 척도 많이 한다.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럽냐고 칭찬을 해주시는데 사실 나는 어른인척을 한 것이다. 내가 진짜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다. 프로그램 입력, 출력처럼 이 상황에 이렇게 하는게 좋다고 배워서 한 일이었다. 사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뚝딱거려진다. 헤매기도 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워가는 건 좋지만, 아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결정을 해야 해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어른이다.


어른인 ‘척’하는 어른과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어른이 있다.

어른인 척하는 어른은 아직 어린 경우에는 괜찮다. 왜냐하면 아직 앳되어 순수한 사람이지만, 어른이 되어 보려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어른인 척하는 것은 비추천한다. 티가 난다.

앞서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어른인 척을 하다보면 주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 사람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참 어려운 일이다. 어른이 되지 못한 것도 서러운 일인데, 주위 사람들도 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어른에게는 뭐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애쓰고 있고, 그 힘듦을 알기에 존중한다. 모든 부분에서 완성형에 가까운 어른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남의 실수를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고 나의 실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줄 수 있는 사람이 노력하는 어른이다.


어른인 척 하다보면 남의 실수에 버겁다. 당사자도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지만 인정하지 않고, 남의 실수까지 더해지면 화가 나버리니 어른인척 하는 어른에게는 치명적이다.

옛날 일들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 옛날 일들이 계속 생각이 난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의 실수가 계속 겹쳐지고 겹쳐져서 화가 나게 된다.


당연히 화나는 일은 항상 생긴다. 그때마다 화를 낼 수는 없다. 화를 낸 뒤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일이 화를 내면 내가 더 힘들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 망치게 된다. 그렇다고 다 참자니 울화통 터져서 이러다가는 제 명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중간 지점에서 살아야 하는 건데.. 내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때는 밝혀야 한다. 화를 내라는 게 아니라 단호하게 이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조곤조곤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내 입장을 밝히면 상대방이 당황한다.


화를 버럭 내고 나면 그 사람이 나에게 해주어야 할 것들도 내가 화를 냈으니 무마되어 버린다. 나는 화만 내고 내가 필요한 것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화를 내면 평소에 하지 못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안 좋은 쪽으로 치우쳐버리고 만다.


진짜 필요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소심하게 화를 내지 못하는데 집가서 자기 직전에 떠오르거나 손해보고 살거나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의견은 잘 말할 수 있는데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끌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바램이었다.


변명거리는 너무나도 많지. 어른 되기 싫어. 책임질 것들이 많아지니까 어깨도 무거워지는 것 같고 키가 그렇게 크지도 않는데 어깨에 이렇게 올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변명거리는 너무 많다. 생각하다 보면 계속 나올걸? 그럼 더 찾지 말기로 하자.

스스로 변명거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부끄럽지 않나?


그럼 반대로 다시 돌아가서 어른이 되면 뭘 할 수 있지?

그만큼의 자유도 주어지고,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도 주어진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도 생긴다.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고, 결혼할 수도 있다. 흠 이것밖에 없으려나?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돈을 벌면서 원하는 것을 살 수도 있다.


나이는 점점 먹고 있고, 내 친구들도 어른이 되는데

나 혼자 지금 상황을 회피한다고 해서 내 나이를 덜 먹는 게 아니다.

누군가 내가 어른이 되지 않도록 막고 있지 않다.

내가 어른이 되는 걸 나 스스로도 막으면 안된다.


남이 그렇게 성장하고 어른이 될 때에도 막아서면 안된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줘야지

결정을 대신 내려주면 안된다.

그게 익숙해지는 순간 남의 결정을 따라하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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