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자연(自然)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진다. 모든 자연스러운 것은 사람의 힘으로 무언가를 보태거나 제거하지 않고 원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니 참 멋스럽다.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억지로 보태거나 변형하면 촌스럽거나 어색하다. 사람에 빗대보면 자신의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 고급스럽고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자신의 자연스러움을 뒷받침하는 취향 목록이 있어 그 특징을 점점 더 공고히 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나의 자연스러움을 찾지 못한 영역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애써 힘을 들이지 않아도 조금씩 찾아지는 자연스러움의 영역이 생겼다. 음식이 그렇다. 어릴 때 그리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을 지금은 덜 찾게 되고 한번씩 찾더라도 금세 질리곤 한다. 반대로 어릴 때 별 관심이 없었던 각종 나물반찬은 점점 좋아진다. 나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소한 들깨가루가 들어간 궁채나물과 고구마순, 고사리, 참나물 등은 언제 먹어도 즐겁다.
태어날때부터는 아닌 듯한데 언젠가부터 나는 소화기능이 좀 떨어졌다. 음식을 먹을 때 그날의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거나 불편한 상황을 생각하며 먹었거나 앞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꽤 자주 체하곤 했다. 위가 그렇다 보니 밀가루 음식을 조금 자주 먹으면 위에서 이렇게 아우성을 쳤다. ‘너의 위장기능이 저런데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이렇게 많이 넣는다고? 30년이상 살았는데 아직도 넌 너를 모르니. 계속 이러면 나 일 안해 파업할거야!’ 빈정이 상한 위가 파업을 한 날이면 소화제를 여러 알 먹고 많이 걸어다녀야 부대낀 속이 진정되곤 했다. 양이든 질이든 내 위는 80정도 일을 하는 녀석인데 100의 일을 주면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지니 탈이 났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밀가루를 좀더 조심히 천천히 먹는다.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는 또다른 영역은 집 안의 가구 배치나 물건 정리하는 방법이다. 미니멀리스트까진 아닌데 나는 여백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비교적 기능이 뚜렷한 물건이 아니면 집 안에 들여놓기가 조금 꺼려진다. 집 안에 여유공간이 넉넉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은 수납공간이 많아 각종 잡동사니들을 쉽게 정리해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밖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마주하고 집에 오면 집 안 어느 곳에서라도 시선이 편안하게 머물기를 바라는데 효용성이 떨어지거나 있어도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물건들이 집안에 버티고 있으면 저절로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이미 쓰고있던 물건들은 1년 이상 쓰지 않는 것들부터 순차적으로 버리고 있는데 물건을 모아두길 좋아하는 남편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 버리곤 한다. 하지만 새 물건을 살 때는 가급적 실용도를 생각해서 조금씩 산다. 아직 찾지 못한 내 자연스러움의 영역들도 이렇듯 조금씩 찾아보고 있다.
석가탄신일인 오늘은 망해암에 다녀왔다. 꼭 절에 가고 싶어서 갔던 것은 아니고 가까운 산에 산책 정도 해보고 싶었다. 역시 산이든 공원이든 가까운 자연에 나오면 마음이 편해지며 머리와 폐가 동시에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마치 자연은 사람에게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그저 가만히 있는 그대로 두어도 아름다운 것, 마음이 편한 것, 치료가 되는 것 그게 자연이야. 그러니 너도 그렇게 살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