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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이름으로
03화
시라는 이름으로 3... 엄마의 쇠 신
자아 그리고 정체성 성장의 정체(停滯)
by
소망
Jan 5. 2025
먼 시간 속
고양이를 품고
강아지처럼 뛰노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야,
그만 뛰렴.
쇠 신을 신자.
엄마는
아이의 작은 발에
쇠 신을 신기고
투명의
빛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
신이 무거워요.
뛰어놀 수가 없어요.
아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었어요.
몸은 자라도
발은 자라지 않았어요.
유수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움직인 건,
일보
이 보
삼 보.
아이는 세상을 달리지 못했어요.
해가 뜨고 지고
불빛의 색들이 변해가도
...
엄마 떠난 그곳에서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별
불어오는 바람만 보았어요.
어머,
산소 같은 인간이네,
무공해 인간이야.
아니,
겉만 그래.
속은
원망과 분노의 뿌리인걸.
엄마,
이제
쇠 신 벗어도 돼?
이제 나 혼자 벗을 수 있어.
이미 내 손은 엄마 손만큼 커졌어.
아이는 쇠 신을 벗었다.
고물상에 팔았다.
아~ 돈을 벌었어.
엄마,
고마워!
치,
세월의 녹이 가격을 깎아버렸어.
아쉽다.
엄마,
손 좀 잡아주세요.
자꾸 넘어져요.
걷기가 힘들어요.
몸을 지탱하기에 발이
너무
작아요.
엄마는 투명 인간이 되어버리고는
왜 제게는 쇠 신을 신겼어요?
그랬어도~
지금은 행복해요.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요.
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멀리 있는 바다도 보러 갈 테야.
지금도 발은 자랄 수 있죠?
나무인형 피노키오의 코도 자랐잖아.
엄마,
자고 나니
1cm 자랐어요.
엄마는 늘 속삭였어요.
아이야,
신을 벗어.
네 손으로 벗어.
허리를 굽혀 벗어낼 생각을 안 한 건 저였어요.
엄마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말 안 들어 죄송해요.
엄마,
바다를 보고 왔더니
또 1cm가 자랐어요.
어제는 산을 올랐어요.
많이 넘어져 다쳤지만요.
발이 또 자랐어요.
130cm이던 게 200cm가 되었어요.
돌아다니며 세상을 알고 보니
발도 쑥쑥 자라요.
일찍 제가 벗었어야 했어요.
엄마의 쇠 신.
엄마,
근데요...
왜 신겨 놓으셨죠?
전 엄마가 해 준 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너무 무거워 꼼짝할 수 없었어요.
엄마,
그래도 사랑해요.
이제 전 자유예요.
이제 곧 240cm가 되고
또 곧 250cm가 될 거예요.
엄마의 최선은
지금 빛이 납니다.
그도 사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쇠 신은
제가 신은
정체성의 부재였어요.
PS- 전체적 흐름은 시간과 성장 순입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함 속에서 자란 원망과 분노의 반항을 어투에 담았습니다. 신은 인간의 이력, 발은 자아 내지 정체성입니다. 자아의 부재가 엄마와의 사별인 줄 알았던 아이가 깨침으로 인식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keyword
신
자아
성장
Brunch Book
시라는 이름으로
01
시라는 이름으로 1... 프롤로그
02
시라는 이름으로 2... 인간 리콜
03
시라는 이름으로 3... 엄마의 쇠 신
04
시라는 이름으로 4... 그리움
05
시라는 이름으로 5... 내 마음 때문이더라
시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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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소망의 뜰에 발걸음 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풀어놓고 싶었던 마음을 글로 쓰면서 평화를 찾아갑니다. 그래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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