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3] 더 무거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D-213. Sentence
'더 무거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중학교 1학년 아들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
공부는 성적을 떠나 삶의 태도를
배우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시험을 보지 않는 이 현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보는 경험,
열심히 한 만큼 성취를 맛보고
때로는 예상 못한 결과에 좌절하며 성장하는 과정.
그게 바로 공부의 본질 아닐까.
시험도 치르지 않으면서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말은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 같다.
중학교 때 연습도 안 시켜놓고
고등학교 가서 “알아서 잘해라” 하는 건
무책임하다.
마치 기어다니는 아이에게
“이제 알아서 뛰어”라 하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은
중1인 아들은 시험을 보지않지만,
학교 시험 분위기를 보고 왔다.
학부모 시험감독으로 나서
중2·중3 시험을 지켜봤다.
45분 동안 같은 시험,
같은 시간, 같은 문제가 주어졌지만
아이들의 태도는 제각각이었다.
멍하니 앉아 문제를 쳐다만 보는 아이.
풀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씨름하는 아이.
거침없이 답안을 채워가는 아이.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채우는 사람.
멍하니 방관하는 사람.
일찍이 포기하는 사람.
삶을 대하는 태도도
결국 이와 같겠구나 싶었다.
1교시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어떤 엄마가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말을 했다.
그 뜻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 안쓰럽지 않은 인생은 없다.
안쓰러움에만 머물러 있으면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두 아들을 위해 나는 조금 더 모질어지려 한다.
안아줄 땐 꽉 안아주고,
선을 넘을 땐 가차 없이 멈춰 세운다.
그러다 집에 와서,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100점 맞았어!” 하며 수학시험지를 내미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냥 귀엽기만 했다.
"더 무거운 사람은 누구일까."
체중과 마음은 가볍게,
사랑과 중심은 무겁게.
나는 오늘도
더 무거운 사람이 되기로 한다.
사랑으로 품어주고,
중심으로 붙잡아 주는 사람. 그게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