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8] It's okay not to be okay
D-428. Sentence
It's okay not to be okay
사람이 늘 괜찮고 행복할 수 있을까. 힘들고, 불안하고, 무너지는 순간도 분명 삶의 일부일 텐데, 우리는 왜 자꾸 괜찮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걸까.
어제는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수업을 위해 원주로 내려가는 길부터 몸이 무거웠다. 화요일 수업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수요일 아침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청량리역에서 KTX를 기다리며 수업 준비를 하고, TA 학생에게 필요한 준비물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해야 할 일은 결국 해내야 하는 것처럼.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쑥떡을 먹으며 겨우 수업 준비를 이어갔지만, 속은 계속 불편했다. 결국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10명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이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초점을 잃은 듯한 무기력한 분위기가 강의실을 채우고 있었다. 애써 끌어올린 나의 에너지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한참 늦게 들어온 4학년 남학생은 개인 워크샵 시간이 끝나고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엎드려 잠을 잤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의미가 흐릿해진 느낌. 그 감정이 낯설고도 무거웠다. 평소보다 수업을 일찍 마치고 학생식당에서 한식백반을 시켜 억지로 식사를 했지만, 몸은 그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원주역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KTX를 기다리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잠겼다. 그냥 멈추고 싶었다.
청량리에 도착해 지하철에 몸을 실은 채 멍하니 휴대폰을 보던 중, 낯선 이름의 메일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재작년에 가르쳤던 4학년 남학생이었다. 취업한 지 1년이 되었고, 그때 내가 했던 “꾸준히 글을 써보라”는 말을 기억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그 짧은 문장을 읽는 순간, 하루 종일 내려앉아 있던 감정에 작은 틈이 생겼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아주 작지만 분명한 안도감.
집에 돌아오니 학원에서 돌아온 첫째 아들이 두 번째 저녁을 먹은 직후였다. 설거지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궁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엄마 도시락 설거지도 있는데…”라는 말을 흘렸다. 그런데 아들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내가 설거지할게요. 엄마는 내일 수업 준비하세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첫째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나와 남편을 꼭 안아주었다. 집을 나서기 전, 나를 마중나오신 친정엄마의 손을 나도모르게 오랜만에 꼭 잡았다. 엄마는 말없이 내 손을 꽉 쥐어주셨다. 힘든 일은 다 잊고 오늘도 힘내라는, 엄마만의 방식으로. 그 순간, 다시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오늘을 감당할 에너지말이다. 멀리 생각하기보다 오늘을 살아가야지. 괜찮지않더라도말이다.
내 안의 한 줄
괜찮지 않아도 된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보통의 하루니까.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