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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게 생각하는 삶.

[D-34. Sentence] 미. 술. 이. 야. 기.

by Mooon

D-34. Sentence


"미. 술. 이. 야. 기."


신사동, 미술이야기(The Art Studio)

첫째가 7살 때부터,

둘째는 6살 때부터.


친구가 운영하는 ‘미. 술. 이. 야. 기’를 다녔다.

미술학원을 보낸 이유는

사람을 더 사람답게 그리게 하기 위함도

미술을 전공시키기 위함도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만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더 다르게, 더 폭넓게, 더 깊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은 둘째가 성탄절과 1월 1일에

하지 못했던 미술수업을 보강하는 토요일.


둘째를 미술학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데, 오늘따라

학원유리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미. 술. 이. 야. 기"


나의 미.술.이.야.기

나에게 미술이란 참 많은 의미를 가진다.


유치원대신 미술학원을 다녔었고,

(왜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엄마도 기억 못 하실 듯..)

미술대학에 들어가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을 졸업 후 가구디자이너로 일했었고,

지금은 조형대학에서

디자인전공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자인전략 컨설팅을 하고 있다.


언젠가 첫째가 나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다고 해도,

디자인을 선택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비록, 미술에 탁월한 재능도 없고,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문제를 더 깊게 생각하게 하고,

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고자 고민하고 생각하며

해결책을 제안하는 나의 일을 사랑한다.


지금 한창

미술학원에서 꼬맹이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그리고, 붙이고, 뚝딱뚝딱하고 있을

우리 둘째도 미술을 통해

더 풍요롭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나의 "미. 술. 이. 야. 기"와는 또 다른

아들의 "미. 술. 이. 야. 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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