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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Nov 14. 2024

[역사속의오늘사건] 1831년 11월 14일

절대이성철학을 완성한 헤겔, 세상을 떠나다


관념론은 세계의 본질을 물질보다는 정신 쪽에 두고 있다. 그러니 관념론을 완성한 헤겔은 당연히 태초에 이 세상에 존재했던 것은 오직 정신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물질도 실재한다. 따라서 헤겔은 이 정신과 물질을 화해시키고 조화롭게 설명해낼 수 있는 사유체계의 복구를 하는데 그것이 해체되었던 형이상학의 재건이다. 

이때 헤겔이 취했던 방식은 정신을 중심으로 물질을 끌어안는 것이었다. 세계의 본질이 정신인데 그와는 완전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물질을 처리할 방법으로 변증법을 내세우게 된다. 변증법은 정-반-합으로 이야기되곤 하는데, 사실 이는 최초의 정신, 그러니까 자기 외에 다른 존재를 전혀 인정치 않는 절대정신의 성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계의 시작은 유일한 정신적 요소로부터 인데, 이 절대정신의 존재하는 양식이 변증법이란 것이다.  정신이지만, 그 안에 모순적 요소를 안고 있기에 결국 이는 나로부터 떨어지려는 소외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절대정신은 내적 모순의 극대화로 인하여 자신으로부터 떨어지는 외화 내지 소외 현상을 배태하게 되고, 그 결과 물질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 물질 역시 본디 있던 곳은 절대 정신이기에 역시 또 내적 모순을 그 본래적 특성으로 갖게 된다. 그렇게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절대정신의 속성을 가지게 되며, 아울러 그것의 존재양식까지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반-합으로 정리되는 변증법적 존재 원리가 모든 존재에 적용되며, 결국 세계는 그러한 절대정신의 변증법적 존재과정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헤겔은 그렇게 절대정신의 자기 현현, 그리고 완성으로 향하는 동일한 목적을 지닌 닫힌 세계를 구성하게 된다. 거기에 개인은 없다. 모든 것이 객관적으로 설명되고 해석될 뿐이니까. 따라서 절대정신이 노는 마당은 역사가 되고, 거기에 개인은 절대정신의 자기완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뿐이다. 

이렇게 절대정신으로부터 세계의 모든 것이 배태되었기에 이를 신적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신은 종교의 신이 아니라 스피노자가 말한 신, 범신론을 말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절대정신의 정반합으로 인해 신과 같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헤겔은 이런 방식을 통해 무너졌던 형이상학의 세계를 재건하려 하였고,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절대정신인 것이다. 그리고 후에 등장한 맑스는 헤겔의 논리를 수용하면서 절대정신대신 물질을 대체시켜 유물론을 완성시키게 된다. 


이러한 헤겔의 절대이성은 근대철학을 더이상 깨뜨릴수 없이 완벽히 공고화 해버리게 되어 근대철학을 완성했다고 말하며, 동시에 후대 철학자들은 헤겔의 철학을 비판하면서 현대철학으로 나아가 발전하게 된다. 


여러모로 헤겔은 근대철학의 완성이자 현대철학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헤겔이, 그가 원했던 절대이성의 세계로 돌아간 날이 1831년 11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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