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023월 4월, 34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29살의 백수였던 나는 아버지의 작은 도매 자영업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출근을 한 이래로 (오전 8시 출근, 오전 10시 퇴근) 그 2시간이 뭐라고 의지 없이 시간을 보내는 백수 생활이 아닌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 것도 잠시 3개월 뒤 아버지는 떠나셨다.
주위 사람들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 ㅇㅇ이가 미래를 알았나 보구나. "라는 말을 많이 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느끼기에도 아버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아니 무언가를 느끼고 있던 사람처럼 행동하셨던 것 같다.
그 해 7월부터 10월까지 있던 일이다. 나는 다니던 근무지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사업체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을 했고 면허증을 취득한 지 7년이 넘어 장롱면허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1시간 이상의 운전연수를 함께 했다. 아버지와 오랜 시간 붙어있다 보니 낮술도 자주 하고 회식자리도 함께 했었다. 이렇게 아버지의 삶이 나에게 가까워졌을 때 그는 나의 곁에서 떠나셨다.
아버지의 사업체는 이미 사장인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도 잘 운영되고 있었다. 예전보다 규모가 많이 작아졌어도 20년 이상 된 직원 2명과 16년 된 직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가장이 하루아침에 떠났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아버지의 사업체는 직원에게 양도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하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업체를 정리했다. 다행인 점은 그나마 내가 3개월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인들도 그 점을 가장 신기하게 여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업 내용을 대략적으로만 알고 계셨기에 자칫 잘못하여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도 실 근무자가 있으니 서로 합의하에 잘 마무리되었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 29, 많다면 많은 나이 29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뭔가 장녀인 내가 가장이 된 것처럼 상황이 돌아가니 마음이 많이 무겁고 막막했다. 그 상태에서 많은 감정들이 오갔고 생각보다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다. 2023년 1월 드디어 가게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세무 관련 사항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제야 든 생각, 나는 왜 생각보다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눈물이 뚝 떨어졌다. 난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의 회복은 빠르게 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매일 새벽 1시에 출근하여 밤 낮이 바뀐 채로 열심히 사셨기 때문에 빌라에서 아파트로, 전세에서 자가로 드디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고생만 하시다가 떠나신 것 같아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서도, 나의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것도,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이제야 피부에 와닿았다.
그 와중에도 종교는 없지만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기 때문에 천국 가서 만날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슬픔에서 나오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도 잘 지낸 것 같다.
아무튼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평생을 사셨기 때문에 나는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생긴 것이었다. 물론 현재 자산으로 따지면 나보다 훨씬 넉넉하시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도 취업을 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전에 지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일이 갑작스러웠고 나 자신에게도 나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합법적인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