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간의 걷기 여행 시작, 어쩌다 보니 난관 극복?

걱정하지 않고 시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by 그레


어쩌다 보니 계획대로 가고 있잖아?



전 날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생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내일인 출발 당일은 하루 쉬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도착 후 샤워를 하고 싶었으나 이미 도착해서 잘 준비를 끝마치고 내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가볍게 세안을 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출발 당일이 되었다. 아침 조식을 가볍게 먹고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을 발급받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춰 발급 센터에 방문을 했고 그곳에는 어제 함께 도착했던 토마스와 우리뿐이었다. 밤에 도착해서 그런지 갑자기 마음의 준비 없이 출발하게 된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다음 마을인 발칼로스, 샤워도 하고 하루 푹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하니 어제의 고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말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뷰가 펼쳐졌고 출발 전에는 설레는 마음 반 긴장 반이었다면 온통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나게 걷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벌써 목표 마을이었던 발칼로스에 도달했고 시간은 오전 10시였기 때문에 그 앞에서 고민의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 컨디션도 좋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지 않아?" 내가 뱉은 한마디에 짝꿍은 늘 그렇다시피 동의를 해주었고 우린 그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그다음이 순례길에서 가장 힘들다는 론센스바예스 일 줄은...


풍경 덕분인지 의외로 힘들지 않게 걷고 있는데 다음 마을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안 나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는 길에 대한 정보나 다음 마을 등을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론센스바예스로 가기 전에 마을이 하나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MBTI P였던 나의 계획은 론세스바예스를 가는 것이 가장 힘드니 그날만 가방을 미리 보내주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라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게 발칼로스 다음이라는 정보까지는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산을 오르는데 보통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도, 내리막도, 평지도 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오르막뿐이었다. 포기하고 싶어도 뒤로 갈 수도 없고 앞으로 갈 수도 없는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난 아마 혼자 갔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만나서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 올라가게 되었고 꽤 늦은 시간에 론센스바예스에 도착했다.


출발 전, 그리고 출발 당일 나름대로 일이 있었지만 일정 계획 세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난 기록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날 이후로는 MBTI J 가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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