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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티 Nov 28. 2024

겜돌이 교사의 교실에서 게임하기 –5-

소수? 듀얼로 결판을 내자!

「왜 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너만의 듀얼을 하란 말야!」



게임처럼 학급을 운영하면서 한편으로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레이드였다.

아무래도 rpg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스 레이드를 생각하게 되었다. 1부에 이야기했듯이 우리 반 학생들은 각각의 스탯에 맞게 공격력과 방어력을 부여받은 상태이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궁극적으로 레이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레이드를 만들려는 나의 노력과 흥미보다도 귀찮음이 너무 컸던 나머지 지금은 레이드에 대해서 잠시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레이드가 떠오른 것이 rpg게임을 많이 한 내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그 내면은 결국 공격력과 방어력의 활용성에 대한 고민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토벌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치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본질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 친구들과 올바른 경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흥미와 희열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와우나 로스트아크의 레이드창처럼 만들어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으나 가닥이 잡히지 않아서 패스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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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를 제작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포켓몬을 이용해서 배틀하는 형식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이전 화에도 언급했듯 학생들에게 보유한 포켓몬이 늘어나고 차등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배틀은 어쩌면 불가피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배틀을 구성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분명히 교육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 매몰되면 활동 자체가 너무 단순해지기도 하고 즐겁기보다는 교육활동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교육용 게임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끈을 놓게 되면 그건 정말 교육이 아닌 게임에서 멈추게 되고 그것은 나의 방향성과 의미에서 길을 잃게 될 거라 생각했다. 내가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이유는 우리 반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나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활동이 단순히 게임으로 머물게 된다면 이미 시중에는 여러 재밌는 게임이 있는데 굳이 재미없고 단순한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즉,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공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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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4학년은 소수를 배우고 있어서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 방식은 선생님과 하는 것처럼 단순한 전투력 비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교육의 목표 어쩌구...교육용게임은 단순해서 재미가 어쩌구...했지만 따라가는모습...)

여기서 또 생각났던 고민은

-일대일 대결을 했을 때 과연 소수의 덧셈 뺄셈 계산을 열심히 수행할 수 있을까? 행동이 끝난 뒤 그냥 계산 잘하는 애가 답 알려주고 끝나버리지 않을까?

-개인에게 있는 포켓몬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소수 덧셈뺄셈에 사용되는 숫자가 한정되고 늘 푸는 문제만 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일대일 배틀이 아닌

2:2배틀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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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이러하다

 -포켓몬에 전투력에 소수점 하나를 찍었다고 가정하여 활동한다. (예를 들면 전투력이 345라면 34.5라고 생각한다. 이건 교사가 정하기 나름)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며 한 사람당 보유할 수 있는 포켓몬은 최대 3마리다.

 -팀끼리 만났을 때는 배틀을 하게 되며 4명 모두 배틀에 임한다.

 -카드를 잘 섞고 신호에 맞춰 4명 모두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공개한다.

 -팀끼리 소수의 덧셈을 진행하고 수가 큰 팀이 이긴다. 승패가 정해지면 자신의 승패를 기록한다.

 -배틀을 진행한 4명끼리 다시 섞어서 새로운 2명이 함께 팀이 되어 듀얼배틀은 진행한다.

(사실 전투력 비교 배틀은 줌 회의에서 김00선생님께서 아이디어와 함께 용기를 주셔서 진행했다. 상당히 포켓몬에 진심이신 선생님인데 단순할 것 같아서 주저하고 있던 차에 아이들이 전투력 비교만 해도 엄청 좋아한다고 포켓몬이 가진 힘이 워낙 강력하니 해보라고 하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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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고민 끝에 진행한 듀얼 배틀은 단연코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애지중지 키운 포켓몬을 뽐내고 싶은 마음, 애착이 형성되어있는 포켓몬으로 승리를 갈구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이 배틀에 아주 핵심적인 규칙이 있는데,

우리 팀 전투력을 더하거나 뺐을 때 자연수로 딱 떨어질 경우 상대가 아무리 전투력이 높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규칙을 넣었다. (물론 상대도 자연수라면 높은 수가 이기는 걸로)

이 규칙이 킥이었다. 다소 약한 포켓몬을 가진 친구들도 우리 팀 조합에 따라 전투력이 높은 상대팀을 이길 수 있었고 그런판은 더욱더 자신의 포켓몬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물론 첫 번째 고민 ‘잘하는 애가 그냥 답을 알려주지 않을까?’하는 부분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자기들 거 계산하기 바빠서 열심히 문제를 풀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팀이 섞이니 두 번째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하여 참 만족스러운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킥이 되는 규칙도 김00선생님이 내어주신 아이디어다. 덕분에 잘 즐겼습니다. 고마워요 Kim더엠퍼러대황갓갓선생님)

(소수의 덧셈보다는 소수의 뺄셈에서 더 빛을 발하는 활동이었는데, 소수의 덧셈은 아무래도 전투력이 높은 친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의 뺄셈은 내 파트너와의 차이가 얼마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판마다 좋은 포켓몬이 달라져 상대적으로 승패가 많이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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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호응도 좋았고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여서 주기적으로 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자고 요청해서 요즘 우리 교실에서는 놀이 대신 듀얼 배틀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의도했던 교육용 게임보다는 살짝 더 게임스럽고 재밌게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배움이 존재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잘 정착한 것 같아서 올 한 해 가장 인상 깊은 활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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