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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건축 3-3

part 3. 아파트 아파트

by 개오망 스튜디오 Feb 24. 2025









어렸을 때 "집을 그려볼래?" 하면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삼각형의 지붕과 사각형의 창문을 가지고 있는 집을 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던 집들은 그런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였다.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라는 주소가 익숙한 집 주소이고, 친구들도 친척들도 주변이나 다른 동네의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모두가 아파트에 산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주거 시설은 아파트인데, 한국의 아파트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조금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좌에서 우) 일본 히노키초 아파트, 프랑스 아파트, 래미안 퍼스티지(좌에서 우) 일본 히노키초 아파트, 프랑스 아파트, 래미안 퍼스티지


한국의 아파트는 단독으로 구성 된 아파트인 경우보다는 단지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경우에는 단지 형태보다는 단독이나 2개 동, 정말 많아야 단지가 아닌 5~6개의 개별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좌)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조경 | (우)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차장(좌)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조경 | (우)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차장


예전의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에 주차장이 있었던, 반면 요즘은 지하 주차장으로 계획하여, 지상에는 잘 가꾸어진 조경과 산책로가 계획되어 있다. 거대한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지상 조경 그리고 여러 채의 고층 아파트들을 지어야 하다 보니,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이런 거대한 규모의 주거 시설을 수주할 수가 없다. 


UNStudio의 재건축된 은마아파트 렌더링UNStudio의 재건축된 은마아파트 렌더링


사업성이 뒷받침될 때는 네덜란드에서 근무했던 UNStudio의 은마아파트 사례처럼, 해외 유명 건축가들과 협업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건축가보다는 건설사 중심의 아파트 단지 구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관련 문제들도 건축적인 문제가 아닌 건설 및 시공 관련 얘기가 많다. 부실시공이나, 층간소음 같은 사건들이 우리한테 가장 익숙한 아파트 관련 신문기사일 듯싶다.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층간소음은 너무나 큰 고민거리이다. 


차음 매트를 시공하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어린아이의 경우 너무 신이 날 때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해맑게 뛰어버려서 아빠를 난감하게 만들곤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층간소음을 개선시켜 달라고 나한테 의뢰한다면 나는 어떤 설계를 할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 형태에서 전문가인 건축가의 의견이 적게 반영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너무나 편리하게 잘 발전되었고, 파리의 구시가지를 밀어버리고 아파트 중심의 새로운 파리를 제안한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보았으면 너무 좋아했을 것 같다 (나중에는 분명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파리의 구시가지를 밀어버리고 아파트 중심의 새로운 파리를 제안한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보았으면 너무 좋아했을 것 같다 (나중에는 분명 후회했을지도 모른다).파리의 구시가지를 밀어버리고 아파트 중심의 새로운 파리를 제안한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보았으면 너무 좋아했을 것 같다 (나중에는 분명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가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에 비해서 층간소음이 적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에게 눈치를 주던 아랫집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30년 전에도 이미 20년 된 구축 아파트였던 우리 아파트도 벗어날 수 없던 문제였던 것 같다. 


극단적인 생각부터 먼저 해보면 꼭대기 층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없다. 누군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지 않는 이상 맨 위층에는 층간소음이 없다. 즉, 내 위층이 없다면 층간소음도 없는 것이다. 뭔 해괴망측한 소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독주택도 아니고 아파트인데 내 위층에 사람이 없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할 수 있다. 


꼭대기 층은 층간소음이 없다꼭대기 층은 층간소음이 없다


10층에 있는 사람이 소음을 냈을 때, 9층 사람은 힘들겠지만 8층에 있는 사람은 별로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체스판처럼 사이사이마다 내 위층이 빠지게 된다면 층간소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을까? 빈 위치를 예쁜 화단과 나무로 채워 넣는다면 더 쾌적할 것이다. 럭셔리 주거를 타깃으로 한다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층당 가능한 ‘호’의 개수를 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너무 큰 손실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빈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보았다. 


아파트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도 많이 있다. 실외기실이나, 보일러를 위한 공간, 파이프를 위한 샤프트 같은 부속 공간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용도실 쪽에 있던 이런 부속 공간을 층간의 사이 공간(없어진 위층공간)에 두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부속공간으로 대체된 위층부속공간으로 대체된 위층


이 부속공간은 사람이 사는 공간처럼 높은 층고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점검만 가능한 높이로 줄이는 방식을 상상해 본다. 이렇게 될 경우, 사람이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고 기계장비를 위한 부속 공간으로 건축 허가 시에 필요한 용적률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외부에서 보기에 사이사이 아파트 유닛이 없는 체스판 같은 외부 모습에서, 서로가 일부 교차하는 체스판 같은 형태가 되게 된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신축 아파트들은 기존 아파트들 대비 슬라브의 두께를 130mm 에서 210mm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방식은 건축 비용은 증가시켰지만 현격하게 소음을 감소시키지 못하였다. 


구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구조적 제안을 할 수는 없지만, 슬라브의 두께를 이전의 사이즈로 줄이면서 피트 공간을 만들었을 때, 단순 계산으로는 두 개의 슬라브가 되면서 130mm + 130mm로 기존 대비 철근 콘크리트 물량이 50mm 늘어나 비용의 증가가 이루어지겠지만, 현격한 소음 감소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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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유닛 사이로 피트층 구성을 제안하는 이유는 격층 전체가 피트층이 되면 층 전체가 이중 슬라브가 되게 되지만, 엇갈리는 구성시에는 유닛 부분만 이중 슬라브 형태로 구성되어 오히려 공용부에서는 지금의 210mm보다 줄어든 슬라브 두께인 130mm로만의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시공 난이도에 따른 건설비용은 고려대상일 수 있으나, 콘크리트나 철근 물량을 고려하면 비용적 이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엇갈린 유닛구조는 기존의 아파트들이 보여주는 외관과는 태생적으로 분명한 차이를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디자인적으로 신선한 차별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층간소음과 부실 공사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가 문제가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대책을 내고 있다. 층간소음 관련해서 국토부에서는 앞으로 소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용 승인을 내지 않는 방식의 강력한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철근 빼먹기 등의 부실 공사는 부실 감리에 대한 감사 그리고 과감한 사법 조치를 한다고 하니 미래의 아파트는 이 같은 문제가 없길 바란다. 


오늘도 해맑게 매트 위에서 어린이집에서 배운 춤을 추고, 아기상어를 보고 즐거워서 방방 뛰는 어린 딸을 보면서 죄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층간소음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해보지만, 뭐 하나 완벽한 해결이 되는 사례를 찾지 못하다 보니, 건축가인 아빠는 이걸 근본적으로 건축에서 해결할 수 없을지 혼자 상상해 본다. 




2025.02.24

Written by Jae J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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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GCS)는 공간 디자인, 브랜딩, 아트 컨설팅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GCS의 디자인 모델은 기업들과 함께 중장기적인 공동성장을 목표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함께 강화하고 미적 콘셉트와 철학을 담아 하나의 호흡으로 함께 기업의 성장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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