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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개돌개 Jun 06. 2024

박찬욱의 첫사랑. 친절한 금자씨를 끝내 보내지 못하며.

영화 '친절한 금자씨' 장면 및 미장셴 해석 / 개인적 감상문



소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금자'(이영애)는 스무 살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된다. 어린 나이,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검거되는 순간에도 언론에 유명세를 치른다. 13년 동안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보내는 금자. '친절한 금자씨'라는 말도 교도소에서마저 유명세를 떨치던 그녀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열심히 도와주며 13년간의 복역생활을 무사히 마친다. 출소하는 순간, 금자는 그 동안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복수 계획을 펼쳐 보인다. 그녀가 복수하려는 인물은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선생(최민식). 교도소 생활 동안 그녀가 친절을 베풀며 도왔던 동료들은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금자의 복수를 돕는다. 이금자와 백선생. 과연 13년 전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복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복수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첫 눈 하면 생각나는 여러 영화가 있겠지만 저는 눈을 볼 때마다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되는 것같아요.


따라서 오늘 포스팅에서는 저의 인생 영화이자,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인 한국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 작품으로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의 영화였는데요. "너나 잘하세요." 라는 명대사로 이 영화를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금자가 복수를 하는 여정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며 걸어가는 영화이다 보니 여러 잔혹한 소재가 등장하는 점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셴이 극치를 이루며 예술적으로 만들어진 여성 서사 영화 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미 오래 전 개봉한 영화이기 때문에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고, 영화의 세세한 줄거리를 따라가며 그 안의 미장센과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것에 집중하여 감상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유괴, 살인, 고문, 미혼모, 성폭행 소재에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줄거리 소개 및 해석.



"고생 많았죠? 십삼년... 정말 대견합니다. "


영화는 금자씨가 감옥에서 출소하면서 시작 됩니다. 성가대의 성스러운 노래와 함께 감옥에서 나오는 금자씨. 두터운 겨울 옷을 입고 나와 가족들과 재회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얇은 원피스를 입은 금자씨를 기다리는 것은 한 남성과 성가대 뿐입니다. 겨울 옷도 넣어줬는데 왜 입지 않았냐며 남자는 친근함을 보이지만 금자씨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이금자의 어린 나이와 잔인한 범행 수법, 뻔뻔할 정도의 천진함에 충격을 받았다."


이 장면에서 회상이 들어가며 금자씨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됩니다. 금자씨는 20살의 나이에 어린 아이 '원모'를 납치 후 살해하였다는 죄목으로 복역을 하게 되었는데요. 사람들은 금자씨가 미모의 여성 이라는 점에 집중합니다. 그녀가 당시 입고 있던 땡땡이 원피스가 유행을 하기도 했다는 대목이, "너나 잘하세요." 라는 명대사가 실제로 유행하였다는 점과 연관하여 생각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느껴집니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 짓지 말란 뜻으로 먹는 겁니다."


남자는 금자씨에게 두부를 건네지만, 금자씨는 남자가 건넨 두부를 무심하게 툭 떨어트려 버립니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명대사가 여기서 등장하게 되죠. 이 부분에서 금자씨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배신을 당한 남자의 표정을 아시는 분은 적을 것같아 이 사진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단순히 그녀가 무심하고 잔인한 성정을 가진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복수심이, 복수를 위해선 죄를 저지르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껍질이 벗겨지도록 박박 밀어서 죄를 벗겨내. 그럼 애기 속살루 변해...알았지? "


금자씨에게 두부를 건네준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남자는 감옥에 있는 금자씨에게 신앙을 전해준 목사였습니다. 목사는 금자에게서 천사의 내면을 보았다고 주장하며 그녀를 신앙의 길로 이끕니다. 금자씨는 감옥 안에서 신앙을 전하며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 과정에서 괴롭힘을 일 삼아 '마녀'라는 별명이 붙은 악질 죄수를 살해하기도 하죠.


영화에서는 금자씨의 감옥 생활이나 감옥 내에서 만난 죄수들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풀어지는데, 직접 확인해보신다면 더욱 디테일하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금자씨의 이 모든 행동은 사실 복수를 할 때에 사용할 자신의 장기말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불과했습니다. 신앙을 믿으며 매일 같이 기도를 하였던 것도 자신의 죄를 씻어내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교도소 동기의 집에서 머물게 된 금자는 기도를 하다 잠에 들고, 꿈을 꾸게 됩니다. 꿈 속에서는 한 남자의 얼굴이 달린 반인반견을 이끌고 가는 금자가 보입니다. 금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개썰매를 끌고 가고, 곧 아무런 망설임 없이 총으로 남자를 쏴버립니다. 상큼한 인사와 함께 말이죠.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이기에,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금자씨의 복수의 대상이 된 것일까요? 깊은 꿈을 꾸고 있는 금자씨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일 정도입니다...


이 장면이 상당히 난해한 미장센을 가지고 있기에 해석을 찾아보시는 분들도 있으실 듯 한데요. 보통 우리는 인간성이 없는 사람을 본다면 '개만도 못하다' 라고 말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개새끼' 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금자씨의 안에선 저 인물이 위의 단어로 설명될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이자, 금자씨의 마음 속 안에서 이 남자를 무력하게, 또 수치스럽게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꿈 속에서 구현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같습니다. 우리가 정녕 원하는 일들을 꿈 속에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것 처럼요.



"...용서해주실 때까지...용서해 주실 때까지..."

"여기 동부 이촌동인데요... 저기, 손가락 짤라진, 네? 여보, 거기 손가락 있는지 좀 보세요!


금자씨는 이후 자신이 납치/살해하였던 아이 '원모'의 유가족을 찾아갑니다. 단순히 말로만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하였는지, 유가족이 용서 해주실 때까지 눈앞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겠노라 이야기하죠. 어떻게 보면 유가족에게는 잔인한 협박으로도 느껴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가족은 119에 신고를 하고, 잘린 손가락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다같이 바닥을 기며 금자씨의 잘린 손가락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이러한 장면이 박찬욱 감독의 웃을 수 없지만 웃긴, 어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잘 드러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유가족이 살고 있는 주소였는데요. 그들은 10년 전 자신들의 아이가 납치되었던 동부 이촌동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전히 같은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상징하는 바는 사람마다 생각하기에 다르겠지만, 어쩐지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는 디테일을 일부러 구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 부분에서 금자씨의 죄책감은 진심이었지만, 그녀가 결국 끝까지 자기중심적인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어부지리로 얻어낸 용서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그냥 금자씨."


금자씨는 그렇게 감옥에서 번 돈을 모두 털어 손가락을 붙이는 수술을 하고, 교도소에서 연을 맺게 된 파티쉬에가 운영하는 제과점 '나루세'에 취직합니다. 금자씨는 본래부터 제과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는데요. 교도소에서 금자씨가 만든 케이크를 먹게 된 나루세의 점장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캐스팅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이때 금자씨와 아르바이트생 '근식'이 처음 만나게 됩니다. 아름다운 금자씨의 모습을 보게 된 근식은 금자씨에게 첫눈에 반하고야 맙니다.


누구나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금자씨의 아름다움이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지만 근석과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금자씨에게는 조금의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 새낀 찾았어? / 응. / 죽였어? / 아직. / 왜? / 바빴어. / 맛있는 걸수록 뒀다 먹는, 그런 맘?"


근식의 마음이 어떻건 상관없이, 금자씨의 복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수순을 밟아가기 시작합니다. 금자씨는 자신이 감옥에서 도와주었던, 그렇기에 자신의 도움 요청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갑니다. 금자씨는 어렵지 않게 복수에 쓰일 사제 총과 총을 장식할 은 장식을 얻게 되죠.


이 부분에서 또 유명한 대사가 등장하는데요. "왜 그렇게 눈만 빨갛게 칠했어?" / "친절해 보일까봐..." 사실 이 대사또한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 대사이기에 저는 다른 대사를 인용해보았습니다.


건조하고 빠른 템포이지만 뼈 있는 대사와 이영애 배우의 담담한 목소리 톤이 어우러져 개인적으로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너무 변해서 몰라보겠네."


다시 금자씨는 제과점에서 일하는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일상에 다시 운명 같은 만남이 이어집니다. 바로 금자씨가 일하고 있는 제과점에 금자씨의 사건 담당 형사였던 최반장이 자신의 아내와 함께 우연히 제과점을 찾아온 것이었는데요. 금자씨와 최반장을 서로를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이 부분에서 최반장의 아내가 둘의 사이를 의심하다 금자씨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치는 대사가 있는데요.


"누구야? 이쁘대?" "어머머머!!!" <-> "누구에요?" "전에 내 담당 형사." "에이, 금자씨두..."


"내가 딱 여섯 살 먹을 애를 잡아다 죽였어. 걱정 마, 먹지는 않았으니까." <-> "어떻게 먹어? 사람 죽인 손으로 만든 거를!"


이 부분에서 금자씨와 근식의 대화와 이어지면서 대비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 부분도 실제 영화에서 음성으로 꼭 한번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네요.



"죽여 놓고 안 그랬다고 하는 수는 있어도 안 죽이고 죽였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담당 형사를 만나며 금자씨의 체포 당시 기억으로 회상이 돌아갑니다. 금자씨는 사건 조사 과정에서 범인이라면 모를수가 없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담당 형사는 사실 금자씨가 원모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럼에도 진범을 찾지 않고 금자씨를 잡아넣는 것을 선택합니다. 결국 금자씨는 피고인이 되어 원모 살해 당시의 행동을 재연하게 됩니다. 하지만 금자씨는 진범이 아니었기에 원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담당 형사는 금자씨를 완벽한 진범으로 만들기 위해 초록색과 갈색 두 쿠션 사이에서 어떤 것으로 원모를 질식 시켜야 맞는지 고민하는 금자에게 갈색 시곗줄을 보여주며 힌트를 주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에서 금자씨는 원모의 팔을 와이어로 묶으며 이쁘게 리본 끈으로 마무리 데코까지 합니다. 정말 진범이었다면 할 수도 없었을 일지만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금자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최반장은 금자씨의 그런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고야 말죠. 이러한 사소한 장면들이 이 영화를 다시 보아도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주는 것같습니다.



"세상엔 좋은 유괴하고 나쁜 유괴가 있다구 그랬어. 백선생이."


금자씨는 왜 누명을 쓰게 되었던 걸까요? 사실 금자씨는 고등학생 시절 또래 남자와의 아이를 임신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자 당시에 교생으로 학교에 왔었던 '백선생'을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백선생은 학생인 금자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원모를 납치, 살해한 진범이기도 했습니다. 금자씨가 낳은 아이를 인질로 삼아 백선생은 금자씨에게 거짓 자백을 하라고 시키게 되었고, 그렇게 금자씨는 원모를 살해한 범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백선생은 이후 금자씨가 낳은 아이를 해외 입양 시켜버렸고, 금자씨는 아이의 흔적을 찾고자 입양 업체에 잠입하기도 하며 뒤늦게라도 자신의 아이를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금자씨과 근식과 성관계를 가진 후 필로우 토크를 나누는 장면에서 독백하듯 터져나오게 되는데, 영화로서는 이지고잉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서도 잘 쓴 대사 덕에 이입하여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다시 이전에 보았던 장면을 되돌아 보아야 하는데요. 금자가 경찰에게 잡혀서 이송되는 과정에서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 담배를 피우며 화이팅 하라는 모션을 보이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죠. 이때문에 우리는 이 사람이 백선생이었으며 처음부터 복선이 깔려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후 영화에서는 '제니' 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소녀가 등장을 하는데요. 영어로 말을 하며 광할한 대지 위에 누워 영어로 엄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제니의 엄마는 금자였죠.


금자는 제니와 제니의 양부모를 찾아가 자신이 친모임을 밝히고 제니와 시간을 보냅니다. 자신의 친모는 누구인지, 왜 나를 버렸는지, 나는 어디서 태어나서 이국으로 오게 된 것인지 항상 궁금했던 제니는 금자씨에게 자신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죠. 하지만 한국에는 백선생이 있어 제니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자씨는 당연히 따끔하게 거절을 합니다.


그러자 제니는 양부모와 금자씨 앞에서 자해공갈을 하여 끝내 금자씨와 함께 서울로 가게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금자씨와 제니가 닮아있다는 것이 느껴져 핏줄이라는 것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것은 금자씨가 제니의 자해공갈 상황에서 하는 리액션입니다. 금자씨는 특이하게도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려서 한 손으로는 가슴을 붙잡고 심호흡을 하는데요. 이러한 리액션은 차후에 한번 더 등장하며 그녀가 어디서 이러한 진정 방법을 배우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니 끝까지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로 돌아간 제니와 금자씨는 근식과 함께 폐교로 피크닉을 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금자씨의 복수가 끝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완성된 총을 돌려 받으면서 복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이 피크닉이었을 뿐, 실제로는 총의 위력을 확인하고 백선생에게 복수를 할 무대를 찾고자 폐교에 들렀다는 것이 얼마 안가 밝혀지게 되죠.



"이런 남편을 여섯 달이나 산 채로 데리고 산다는 건 정말 참기 힘든 일이었다."


이쯤되면 복수의 대상인 백선생에 대해 궁금해질 때쯤, 적당한 떄에 영화는 백선생에 대해서도 정보를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그는 어린이 영어 학원의 선생님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평범한 사람인 척 살아가고 있는데요. 꾸며낸 듯 기괴할 정도의 원색의 옷들과 기울어진 책장의 배경이 그의 이면이 여전히 삐뚤어져 있음에 대해서 말해주는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에 들어맞게 그는 여전히 성도착적이고 기괴한 가학 행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금자씨에게 도움을 얻어 금자씨의 복수 계획에 일찍부터 참여하고 있었던 죄수 동기 이정. 이정은 금자씨에게 모든 일이 끝나면 엄청난 금액을 보상 받을 것을 약속 받고 백선생에게 접근하여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백선생은 밥상에서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아내에게 동의 없는 성관계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인간이었죠.


이정은 금자씨의 부탁으로 금자씨가 집에 찾아오기 전, 백선생의 밥에 수면제를 타서 백선생을 잠든 채로 넘기는 것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정이 금자씨와의 계약으로 자신과 결혼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백선생은 밥을 먹지 않고 금자씨를 기다리려 합니다. 도대체 백선생은 어떻게 금자씨의 계획을 알아낸 것일까요?



"주님의 사업에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바로 금자씨에게 신앙을 강요하였던 목사가 백선생에게 정보를 팔아넘긴 것이었습니다. 금자씨가 출소하여 자신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백선생은 금자씨가 하였던 것과 똑같이 팔 한쪽을 바닥에 댄 채로 엎드려 심호흡을 합니다. 백선생의 버릇이 금자씨에게 옮겨져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죠.


이 장면에서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목사가 돈을 받으며 주님의 사업에 유용하게 쓰겠다고 하자 백선생이 기분 나쁘다는 듯 지폐 몇장을 도로 가져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또 너나 잘하라고 말했던 금자의 말 뜻이 단순히 오지랖 부리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착하게 살라고 하기 이전에 너부터 착하게 살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백선생은 자신을 속인 이정을 폭행하여 묶어두고 밥을 먹습니다. 동시에 백선생이 고용한 괴한들이 금자씨를 습격하지만, 금자씨는 총을 이용하여 제니를 지켜내고 괴한들을 물리칩니다. 이 부분은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끼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제니와 함꼐 있는 시간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금자씨에게는 환상처럼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요.



백선생의 집으로 들어가자 백선생은 약에 취해 잠들어 있습니다. 금자씨는 미친듯이 백선생을 때리고 밟기를 반복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화가 풀리지 않는 듯 가위를 가져와 백선생의 머리카락을 마구자비로 잘라버리기 까지 합니다. 이 부분에서의 이영애 배우의 눈빛 연기가 정말 예술적이었는데 캡처로 남아있진 않아 외국 포스터에 걸렸던 것을 사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한이 서린 것이 느껴지는 연기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같네요. 그동안의 분노와 억울함, 증오, 경멸이 모두 드러나는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행위로서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행복했어, 죄지은 사람이 그래선 안될 만큼.  제니, I`m sorry. I`m sorry. I`m sorry, 정말로 I`m sorry..."


백선생을 데려온 금자씨는 백선생을 죽이기 이전, 영어로 제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백선생에게 통역하게 시킵니다. 이때에도 백선생은 금자씨가 자신을 정말 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는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연기하듯 금자씨의 편지를 읽는데요. 최민식 배우꼐서 연기를 너무 열받게 실감나게 잘하셔서 아이러니 하게 또 웃기는 장면이 되어버린 블랙코미디 장면 중에 하나였습니다.


주된 편지의 내용은 제니를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제니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고 앞으로 복수를 할 것이라는 간략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에 제니가 썼던 편지에서 4번은 미안하다고 해야지만 용서할 것이라는 말을 봤었던 금자는 정말 4번 이상을 미안하다고 반복하고, 제니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횟수를 손가락으로 꼬박꼬박 새면서 금자씨의 사과를 경청합니다.


그동안 금자씨와 제니의 앙금 같았던 시간이 풀려나고 백선생을 총으로 쏴죽이면서 복수가 끝나나 싶었던 그때, 백선생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립니다. 금자씨는 핸드폰 고리에 걸려 있는 서너개의 어린아이들의 작은 장난감들을 보게 됩니다. 백선생이 죽인 아이는 원모를 시작으로 4명이나 더 있었던 것입니다.


금자씨는 충격에 빠집니다. 자신만의 복수라 생각하였던 것이 다른 사람들의 복수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때 진범을 밝혔으면 안 죽었을 애들이에요... 그렇찮아요?"


금자씨는 이전 제과점에서 마주쳤던 자신의 사건 담당 형사 최반장을 찾아가 그의 죄책감을 자극합니다. 결국 최반장은 자신도 속죄를 하고자 금자씨를 돕기로 합니다. 백선생의 집을 뒤져 그가 보관하고 있던 아이들의 스너프 필름(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 필름)을 찾아내고 피해자 유가족들의 신상을 찾아 피해자 유가족들을 하나로 모으게 됩니다. 이전에 백선생을 살해 하기 위해 알아보았던 폐교로 말이죠.


저는 이 부분에서 폐교라는 장소가 사용되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 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가장 활기차게 뛰어놀았을 장소이자 아이들이 가장 보호 받았어야 하는 장소. 그곳에서 납치는 이루어졌고 결국 아이와 그들이 유가족들은 피폐해졌습니다. 그 상징성을 폐교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의미있게 녹여낸 듯 하여 왜 굳이 폐교여야 했는가? 라는 의문이 들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그렇게 폐교에서 한 곳에 모인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이, 자신의 가족이 죽어가는 스너프 필름을 보게 됩니다. 곧 진범이 백선생이며 백선생이 옆 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유가족들은 처벌 방법으로 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조금 지루하게 느꼈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각 인물들이 경찰에 넘길지, 아니면 즉결 처분을 하여 지금 백선생을 죽일지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이 또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문예를 하면서 인물을 쓸 때에는 그냥 스쳐가는 인물이더라도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4쌍의 인물들은 단순히 논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인물의 전사와 성격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아이를 잃은 일로 이혼을 한 부부, 자신들의 불행을 타인과 견주고 싶어하는 유가족, 가장 강한 척 했지만 사실 제일 약한 아버지... 그리고 사적제제와 공적제제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과 그 안에서의 이해관계.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 수 있나 감탄하게 되는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요트를... 사려고 했답니다."


결국 다수결로 백선생은 사적제제를 통해 유가족들이 살해하기로 결정이 됩니다. 이때에 누군가 밀고를 하여 살인죄로 모두가 잡혀가게 된다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하자, 금자씨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저는 교도소에서도 살인을 한 사람입니다. 십삼 년 준비해서 백 선생을 잡은 것도 저고요 만약에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밀고를 한다면…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떤 표정과 감정을 가지고 이 대사를 했느냐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을 텐데요.


이때 이영애 배우꼐서는 웃으며 뿌듯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죄를 이태리 타올처럼 빡빡 밀어 하얗게 만들고자 했던 금자씨가, 자신의 구원을 위해 행동하면서 오히려 악에 물들고 있었음을 알고 있게 해주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금자씨는 영혼의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백선생을 모두 한 명씩 찌르고 고문하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아이의 부모가 모두 자살하고 유가족이라곤 할머니 밖에 남지 않은 할머니가 들어가게 됩니다. 할머니는 말없이 빈사 상태의 백선생을 바라보다 목에 가위 하나를 꽂아버리고 나옵니다. 차가운 증오라는 것이 어떨 때에는 데일 정도로 끓어오르는 분노보다도 섬칫하다는 것이 느껴지는 연기였습니다.


이때 또 엄청난 연출이 등장하는데요. 백선생의 숨통을 끊은 가위에는 '1-3 황은주' 라는 이름표가 붙어져 있습니다. 백선생이 살해한 아이의 가위였던 것이죠. 결국 죄는 자신에게로 돌아오고야 만다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죽은 손녀의 가위마저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던 할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해석하기에 나름이겠지만 정말 이 짧은 인서트 컷 하나로 많은 감정이 와닿을 수 있는 최고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가족들과 금자씨는 완전히 죽어버린 백선생을 힘을 합쳐 매장하고 주위를 치우기 시작합니다. 백선생을 땅에 매장하면서 금자씨는 잠시 유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지막으로 이미 죽은 백선생의 이마에 확인사살을 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요. 정말 인간의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연기로 형상화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장악력이었습니다.


이후 유가족들은 제과점으로 이동하여 다같이 살인에 동참했다는 증거 사진을 찍기로 합니다. 이때 금자씨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대접하게 됩니다.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이러고 모여있으니 꼭 생일 파티를 하는 것 같지 않냐는 말과 함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사람들은 잠시 이전의 일을 잊어버린 듯 일상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함꼐 상에 둘러 앉아 무엇인가를 먹는다 라는 행위는 영화연극에 있어서 어떤 소속감이나 가족이 된 느낌을 주는 연출이기도 합니다. 식구 라는 말 자체가 먹을 식으로 되어있다는 점으로 비루어 볼 때에도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죠. 이처럼 이들은 잠시 하나의 가족이나 공동체가 된 것처럼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특성상 힐링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누군가 피해 보상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각자 눈치를 보며 계좌번호를 건네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들로 돈벌이를 하려는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아이의 죽음에 진심으로 슬퍼했고 살인이라는 짐을 나눠가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 앞에서는 앞다퉈 계좌번호를 건네게 되는, 이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 인물은 역시 입체적으로 만들어질때 인간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이후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눈이 온다며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자 서두르기 시작합니다. 완전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리듬을 박찬욱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연출해내고 있었습니다.



"원모야, 내가…"


사람들이 사라지고 혼자 화장실에 가게 된 금자씨의 구둣발로 대마왕 구슬이 굴러옵니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린 원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원모는 곧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 담배를 피우며 금자씨를 바라봅니다. 금자씨는 원모에게 다가가고, 원작집에는 변명하듯 이라는 소지문이 있었으나 제가 볼 때에는 무언가 자신의 업적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금자씨가 원모에게 자신이 백선생을 죽이고 복수를 해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할때, 금자씨의 입으로 백선생이 물었던 것과 같은 제갈이 물립니다. 금자씨는 의아한 눈빛으로 담배를 피우는 원모를 올려다보고, 원모는 딱딱한 얼굴로 금자씨를 내려다 보며 해당 씬은 끝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씬을 모든 연출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곤 합니다. 금자씨는 결국 아무리 복수를 하였더라도 원모를 죽게 만든 방관자이자 어쩌면 공범에서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금자씨 스스로의 생각으로도 그러했기에 스스로 이런 환상을 보게 된 것이겠죠. 또한 박찬욱 감독 영화의 특성상 배경이나 벽지에도 눈이 가게 되는데요. 거울에 비춰 계속해서 반복되는 문양의 벽지 모양을 보았을 때 이러한 금자씨의 고뇌가 복수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무한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연출은 아니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금자는 어려서 큰 실수를 했고,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영혼의 구원을 끝내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씨를 좋아했다."


모든 복수를 끝낸 금자씨는 제니, 근석과 함꼐 눈이 오는 거리를 거닙니다. 마치 환상처럼 느껴지는 광경에서는 금자씨의 행복감도 느껴지지만 동시에 흑백톤의 색감과 금자씨의 표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무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금자씨는 두 손에는 두부 모양의 케이크를 든 채 제니에게로 다가갑니다. "생크림처럼 하얗게 살라고..." 이제야 금자씨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을 것이라 약속할 수 있었던 걸까요? 생크림을 해맑게 손가락으로 퍼올리는 제니를 보며 금자씨는 그 눈부심에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생크림 케이크 위로 짓눌러 버립니다. 두 사람은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점점 하얗게 변해갑니다. 더 하얗게, 더 하얗게...


"안녕, 금자씨..."



개인적 감상평.


예술적인 벅차오름 이라는 감정, 내지는 감상을 느끼게 한 가장 처음의 영화는 나에게 '친절한 금자씨' 였다.


막 성인이 되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나는 즉시 네이버 영화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검색해보았다. 화려한 땡떙이 무늬 원피스의 여자가 뒤를 돌아보고 있는 단출한 흑백 포스터. 그냥 흔한 여자의 복수극이겠거니 생각하며 영화를 틀었다.


영화 속 금자씨는 아름다웠다. 영화 속 다른 모든 인물들이 그러했듯... 나조차 금자씨에게 홀려버린 것처럼. 이는 비단 금자 씨의 매혹적인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금자 씨의 삶에 대한 갈망, 복수에 대한 집착, 그럼에도 가슴 속에 몰래 품고 있었던 죄책감의 씨앗.


아이러니 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고 끝내 수많은 사람을 죽인 금자씨를 긍정하게야 만드는 애정이 넘치는 서사.


전작 공동경비구역 JSA 에서 이영애 배우와 합을 맞췄음에도 이영애 배우를 사건에서 타자화 시켜 인물로서가 아닌 엑스트라처럼 사용하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전사가 있어서인지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는 빛났다. 어떤 여성 서사보다도 강렬하고 짜릿하게 2005년을 울렸을 것이다.


몇 년 전, 박찬욱 특별전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버킷 리스트에 적어놓을 정도로 설레였고 단연 스크린은 작은 컴퓨터 화면 이상의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영화가 끝이 났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모두 올라가고 검은 화면이 밝게 켜지는 순간까지... 혹자는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나도 어쩐지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아 꾹 숨을 참았다.


"안녕, 금자씨." 라는 제니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이 났지만 나는 여전히 금자씨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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