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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옌 Jun 08. 2024

나의 시베리아 생존기(4)

나의 결혼(?)이야기

러시아는 굉장히 광활한 땅덩어리를 가졌다.

러시아 지도를 보면 알지만 동쪽으로는 유럽,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와 맞닿아있는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근데 수도인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상트페쩨르부르크가 서쪽 끝에 붙어서인지 러시아 안에서도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은 발전이 10년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내가 있던 러시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는 딱 가운데  있다.  

'러시아연방 지리적중심(ГЕОГРАФИЧЕСКИЙ ЦЕНТР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기념비도 크라스노 야르스크 지역에 있다.

러시아연방 지리적 중심 기념비

오늘 하려는 이야기가 지리이야기는 아니다.

크라스노야르스크가 모스크바보다 5년 정도 뒤처져있단 얘기를 하려는 거였다.

내가 갔을 때가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아직도 모뎀을 쓰고 있었다.


내가 21살에 크라스노야르스크(이하 크라스)에 갔을 때  누군가 만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묻는 말이 "너 결혼했니?" 였다.

러시아 친구들은 대학을 주로 18,19살이면 입학한다.

그러니 내 나이가 거의 졸업을 눈앞에  둔 나이였고, 그곳 친구들은 졸업시기쯤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았다.

기숙사에도 이미 결혼했거나 동거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그러니 당연히 결혼했냐 묻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들어가고 몇 개월 있다가 처음에 같이 들어갔던 오빠가 정식입학을 위해 들어왔는데,

완전 처음이기에 3,4개월 차인 내가 이것저것 안내하느라 붙어 다니면 "부부냐?"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둘 다 김 씨였기에 결혼하면 남편성 따라가는 러시아에선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얘길 들을 때마다 엄청 정색하면서 한국인의 반이 김 씨라고 말하면 그것도 신기해했다. 어떻게 가족이 아닌데 성이 다 같을 수가 있냐고.


언어를 어느 정도 익혔을 때 외국인이 워낙 없는 학교라 내가 지나가면 종종 불러 차 한잔 했던 연습실 열쇠를 관리해 주시는 할머니랑 차 한잔 할 때 진지하게 물어보셨다. "결혼했어?"라고.

"아니요."라고 얘기하자 "전에 있던 킴(그 오빠)이랑 이혼한 거야?"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연습실 빌릴 때 학생증에서 우리들 이름을 본듯하다.

다시 한번 한국의 반이 김 씨이고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다. 하고 설명하자 "너 몇 살이야?"라고 물으셨다.

내 나이를 듣고서는 23살까지 결혼도 못하고 외국에 있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신 듯했다.

그리고 자신의 얘길 하셨."

"나는 26살에 세 번째 결혼을 했어."라고.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겁니까, 할머니...


물론 한국의 시골도 서울보단 빠른 편이니까...라고 애써 이해해보려 한다.

얼마 전에 크라스친구가 요즘은 많이 늦어져서 크라스도 30살쯤에 결혼 많이 한다고 얘기했다.

물론 전쟁 여파도 있겠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한국언니가 1년 뒤 졸업을 하고 떠나면서 언니가 쓰던 방을 나에게 쓰겠냐고 물었다.

짐이 별로 없는 데다 언니가 쓰던 가전들을 그냥 주기로 해서 감사히 그러기로 했다.

그 방엔 피아노가 있었는데 오래되어 약간 벗겨진 자국이 있었다. 그곳을 언니가 전지현 사진으로 가려놨다.


한 러시아 친구가 방에 놀러 왔다. 그 친구는 내방을 둘러보다 그 전지현 사진을 보고 나에게 언제 찍은 사진이냐 물었다. 나는 20살에 찍은 사진이라고 했고, 친구는 그러냐, 사진 예쁘게 잘 나왔네라고 얘기했다.


나는 전지현언니와 닮은 곳이 몇 군데 있다. 국적과 인종, 성별이 가장 많이 닮았다. 그 외엔 하나도 닮은 곳이 없는데 그들의 눈엔 비슷하게 보인다 했다. 그 친구 말고도 대부분 러시아애들은 전지현이 나인줄 알았다. 하하.

그리고 그들은 내 나이를 절대 맞추지 못했다. 20대 후반까지 중고등학생 정도로 봤다.


물론 한국에서 전지현은커녕 여배우를 닮았단 소리 한 번도 못 들어봤다.

그리고 러시아 친구들에게 내가 사실 나 아니고 한국의 유명한 배우다라고 얘기하면 슬쩍 고백했다.

"어쩐지 뭐가 많이 바뀐 거 같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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