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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4. 2024

습관

습관처럼 카톡을 자주 들여다본다.

특별한 알림이 있을 리도 없는데,

자꾸만 손이 간다.

광고, 시사 토크 오픈채널 말고는 알림이 울 때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그 오픈채널는 다툼이 잦아서 이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한때는 카톡을 지워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설치했다.

도대체 나는 뭘 기다리는 걸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짧은 찰나의 기대감이 스며든다.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

특히 고백했다가 오히려 내가 잠수탔던,

옛 짝사랑의 메시지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를 지배한다.

사실, 그 친구와의 대화는 오랫동안 없었고,

연락도 뜸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그 친구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 기다림의 심리는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그 친구를 통해 내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보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마음이 흔들리고,

그의 관심이 내 삶에 작은 빛을 비추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작은 증거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카톡을 자주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연락을 기다리며, 카톡의 알림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 자신이,

그리고 그 기대감이 불안과 실망으로 돌아올 때의 공허함이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카톡을 확인한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 속에 담긴 작은 희망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기다림은 단지 그 친구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음에 존재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카톡의 알림 소리는 그 욕구를 자극하는 작은 신호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찾고 싶은 작은 희망이,

그 알림 소리 하나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카톡을 확인한다.

특별한 메시지가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작은 기대감을 품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내일은 그 친구의 메시지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그리고 그 희망이 나를 조금 더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기다림의 끝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오늘도 묵묵히 내 삶을 살아가며,

작은 알림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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