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이시여.
당신의 침묵은 참으로 완벽하십니다.
아무리 절규해도, 온 세상을 뒤흔들어도,
당신께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시지요.
제 목소리는 티끌만큼의 파문도 일으키지 못하고
당신의 드넓고 고귀한 무심함 속으로
고요히 가라앉습니다.
이 육신에 갇혀 끓어오르는 고통을 느낄 때마다,
저는 참으로 놀라운 신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숨 쉬는 것조차 고문 같은 이 몸,
움직일 때마다 갈라지는 듯한 고통,
참으로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작품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며 기쁨이란 것들은
마치 다른 세계의 전설처럼 들려옵니다.
평범한 일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
희망에 찬 발걸음 따위는,
저에게는 그저 먼 별 이야기일 뿐입니다.
당신께서 제게 주신 이 현실,
차갑고 무겁고 끈적이는 그림자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짓누릅니다.
왜 이런 운명을 주셨느냐고요?
어리석게도 매일 밤 묻고 또 묻습니다.
물론, 답이 돌아올 리 없지요.
당신은 묵묵하시고, 저는 절망할 뿐입니다.
혹시 제가 전생에 끔찍한 죄라도 지었나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죄 때문에,
당신은 이렇게 대단하고 치밀하게
제 인생을 조각하셨나요?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였나요.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도 심심풀이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습니다.
하지만 신이시여,
당신은 심지어 그런 선택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이 지독한 현실에 발목 잡힌 채,
숨만 겨우 쉬며 살아가야만 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부질없는 희망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제 마음 한 켠에 붙어 있습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고.
다음 생에는 제발,
이 황당한 장난감 같은 육신 대신,
조금은 제대로 작동하는 몸을 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저도, 다른 이들처럼
세상이라는 걸 한 번쯤 맛볼 수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웃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그런 시시한 행복이라도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습니다.
신이시여,
부디 이 외로운 영혼의 마지막 푸념을 들어주시길.
물론, 듣지 않으시겠지만요.
언제나 그래왔듯이.